대화의 기술
우리 사회는 서양에 비해 대화 문화가 그다지 발달하지 못한 편이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유럽 여행을 가보면 커피 한 잔을 놓고도
더없이 느긋한 그들의 모습이 부러워 몇 번 흉내를 내보려고도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투쟁’ 해야 했던 환경에서 자란 사람과,
오랜 세월 부유한 환경 속에서
여유로운 삶을 구가한 사람과는 근본적으로 사고의 출발점부터 다를 수밖에.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음에도 막상 실천에 옮기지 못해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많이 알고 있음을 자랑하기보다는, 그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함을 도리어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화제의 부족이나 전개 방식 또한 대화 문화가 원활치 못한 원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살다 보면 나와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보다는,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관해, 내가 즐기고 있는 취미에 관해
아무리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해 봐야, 그들에겐 관심을 끌지 못한다.
이럴 때 화제의 초점을 상대방에게 맞추게 되면 원활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상대방에게 궁금한 점들을 지속적으로 물어보라.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분위기에 조금씩 빗장이 열리기 시작한다.
장시간 자신의 이야기만을 늘어놓는 이들을 사람들은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이런 이들이 의외로 많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만나면 오로지 자신의 관심 분야 두 가지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이 거듭해서 싫은 기색을 보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의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또 어떤 경우는 내가 굳이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 내부 이야기만을 처음부터 끝까지 늘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그들과는 자연스레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이 아닌, 나의 관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누구를 만나든 막힘 없는 대화를 이어가자면,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더불어
다양한 화제를 갖추기 위한 쉼 없는 공부가 지속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