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실패의 원인
매장에 들른 아내가 캠핑용 의자를 하나 사고 싶어 했다.
어디 나들이 갔을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거란 취지에서였다.
사는 거야 어려울 것 없지만 좀 더 생각해 본 후 결정하자고 했다.
그 동안의 수많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용할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아서였다.
불과 몇 년 전, 동네 벼룩시장에서 야외용 간이의자를 구입한 이후
단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해 보지 못한 채 폐기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버려지는 돈들이 참 많다.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인생 전체를 통틀어 집계를 해보면 금액이 꽤 될 것이라 여겨진다.
매장에선 괜찮아 보여 산 옷이 막상 집에 와서 입어보니 영 딴판이었던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은가.
열심히 몸 한번 만들어 보겠노라며 산 운동기구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빨래걸이로 보직 이동된 사례 한 번쯤 있지 않은가.
부지런히 공부해 자격증 하나 따보겠노라며 산 수험서가 이내 냄비 받침대로 용도 변경된 사례 한 번쯤 있지 않은가.
예술가 흉내 한번 내어 보겠노라며 값비싼 카메라를 덜컥 구입한 뒤 몇 번이나 찍어보았을까,
이내 자신의 취향과는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는 성급한 결정에 깊은 한숨을 몰아쉰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은가.
돈 걱정 하지 않고 살아도 될 만큼 넉넉한 사람들이야 하등 문제 될 것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얼마나 아깝고도 피 같은 지출인가.
더욱이, 그것이 쉽게 살 수 없는 값비싼 물건이라면 자괴감은 더 깊어진다.
이런 사례의 원인은 대개 충동구매로부터 비롯될 때가 많다.
나의 경우 역시 지금까지의 구매 실패에는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후, 어떤 물건을 구매하기 전 나만의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생겼다.
당장 필요한 물건인가, 사고 난 뒤 얼마나 자주,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다행히 그로부터 구매 실패의 빈도는 확연히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