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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

자유인。 2022. 11. 21. 06:30

 

코로나 시대에 아이들을 다 출가시켰다.

첫해에는 아들이, 그 다음 해에는 딸이 각각 제 배필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부모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자식들의 혼사인데 때맞춰 알아서들 가 주니 그보다 고마운 일이 없다.

나는 아이들의 삶에 일체 간섭을 하지 않는다.

저희들의 인생인데 내외끼리 알아서 살아가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거라는 생각에서이다.

내가 지금껏 결혼해서 살아보니 부모라고 해서 자식들의 삶에 함부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식이 늘 걱정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현명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딸이 아기를 출산한 지 오늘로써 19일째가 된다.

아기가 아기를 낳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자식은 결혼을 해도 부모 눈에는 늘 아이일 뿐인가 보다.

본래는 며느리와 딸이 올해 다 같이 엄마가 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출산 두 달을 앞두고 며느리 뱃속의 태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먼 길을 떠났다.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온 집안이 우울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한동안은 누군가 아기 얘기만 꺼내도 절로 눈물이 흘렀다.

그런 까닭에 딸이 무사히 출산하기까지 순간순간이 조마조마했었다.

잉태만 되면 다들 쉽게 낳는 줄 알았건만, 그것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외손주의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아기를 잃은 며느리의 마음이 어떨까 조심스러운 마음에

애써 표정을 감추게 되기도 하는 요즘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 했던가.

주어진 오늘에 늘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새삼 해보게 되는 월요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