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코로나가 낳은 비극
자유인。
2022. 11. 23. 22:36
출산 후 3주 만에 딸이 산후조리원을 나왔다.
그토록 보고 싶던 외손주도 태어난 지 3주 만에 겨우 상봉할 수 있었다.
아기를 낳는 것도 산모 혼자, 병원에서도 산모 혼자,
산후조리원도 오롯이 산모 혼자서만 지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태어난 후 처음 대면하는 귀여운 손주와의 상봉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코로나 검사 후 음성 판정이 나와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코로나가 낳은 비극이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딸을 만나자마자 안아주었다.
3주 내내 딸이 저녁마다 보내주는 사진과 동영상에 감탄사를 연발하다가
막상 손주의 실물을 보니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 핏줄이 이런 것이구나,
왜 다른 집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주를 보면 다들 그렇게
정신들을 못 차릴까, 직접 경험해 보니 알 만했다.
퇴원 전날 보내온 녀석의 하품하는 모습이 귀여워
그림으로 그려 보냈더니 딸이 하는 말,
'아기는 그림으로 설명이 안 되네요. 그림이 못 담는 마력'이라고.
내가 봐도 그렇다.
그려 놓고 보니 다 큰 아이 같다.
* 손주 : 손자와 손녀를 이르는 말.
본래 손자의 비표준어였으나, 2011년 8월 국립국어원에서
손자와 뜻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표준어로 인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