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그녀
9년 전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그녀가 다시 방송에 등장했다.
가수로서의 복귀가 아닌, 후배 가수들이 그녀의 전성기 시절 노래들을 헌정하는 무대를 감상하는 관찰자의 입장으로.
우리 나이로 여든 다섯인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기 전성기와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그녀가 은퇴를 선언한 배경에는 '더 이상 프로로서 온전한 노래를 들려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내가 기억하기로 우리나라 가요사에서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가수는 그녀가 유일했다.
들고 날 때를 아는 그 자체만으로 나는 그녀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목소리도 함께 늙는다.
한때 동아줄 같은 목소리를 자랑하던 가수도 세월이 가면서 늘어진 테이프처럼
음정이 심하게 흔들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곤 한다.
그런 가수들이 방송에 등장할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했었다.
직업인으로서는 존중하지만, 대중을 상대하는 가수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중은 언제까지나 프로다운 노래를 듣고 싶어 한다.
그에 걸맞은 수준의 노래를 들려줄 수 없을 때 더 이상 가수로서의 존재 가치는 상실하고 만다.
방송이나 무대에서 아무렇게나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있다.
자기 딴에는 멋스럽게 부른다는 생각에서인지 모르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더없이 불편하다.
그럴 때면 청중을 무시한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프로 가수는 음반에 수록된 수준의 노래를 무대에서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정상급의 가수치고
함부로 겉멋을 부려가며 노래하는 가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가사 하나, 음정 하나, 박자 하나에도 최선을 다해 부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모습에 청중은 박수를 보내고 감동한다.
그녀가 방송을 마치며 후배 가수들에게 전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무대는 신성한 곳이다. 평소에 입던 옷이나 구겨진 옷,
집에서 신던 신발이나 흙이 묻은 신발을 신고 무대에 오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