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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 시절 이야기

자유인。 2022. 12. 12. 20:30

 

집 근처 중학교 앞을 지나는데 모처럼 운동장에 학생들이 그득했다.

다 죽은 줄 알았던 학교 운동장이 다시 살아난 것 같은 느낌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나는 대학에서 문과를 전공했다.

문과생들에게는 4학년이 되면 교직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일주일에 2시간씩, 2학점이 걸려 있었는데, 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사항이었다.

크게 어렵지도 않고 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수하는 편이었다.

필수과정 중 하나로 교생실습이 있었다.

주로 봄에 실시되는데, 학교 당국과 사전 협의가 이루어진 학교로 가서

한 달 동안 학생들을 상대로 실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내가 배정 받은 학교는 이촌역 인근의 남자 중학교였는데,

우리 학교에서는 미대, 음대, 사범대, 문과대 포함해서 약 20명 가량의 학생들이

갔기 때문에 교생들만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따로 주어졌다.

내가 맡은 반은 1학년으로, 마음씨 좋기만 한 담임 선생님 '덕분에' 학급의 분위기는 매우 산만한 편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온 동료 교생들마다 'O반 수업 분위기가 가장 나쁘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대체로 학생들에게 교생 선생님은 '만만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엄격한 선생님들만 상대하다가 교생이 오게 되면 다소 느긋해지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맡은 학급의 분위기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산만했다.

내가 당시 교직과목을 선택했던 것은 꼭 교사가 되겠다는 의지에서라기보다는,

기회가 있을 때 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두면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한 달 동안의 실습 과정을 체험해 본 결과, 지식적인 면에서는

어떻게든 버틸 수가 있겠지만, 인격적인 면에서 도무지 자신이 서질 않았다.

어린 학생들을 감당하기에는 나 자신이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다른 길을 걷게 되었고, 그때 취득한 교사 자격증은 딱히 활용할 기회가 없었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러, 모 대학에서 몇 년 간 강의(겸임교수)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문득 지나간 교생실습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만약 나에게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함께.

그러나 교단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