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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시민의 척도

자유인。 2022. 12. 14. 07:20

 

신혼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시내로 나가기 위해 집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나와 버스를 기다리던 이웃집 모녀를 우연히 만났다.

초등학교를 들어갔을까 말까 한 딸이 씹고 있던 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이 껌 어디에다 버려?"

그러자 엄마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리 줘."

받아든 껌을 길바닥에 버리면서 엄마가 딸에게 말했다.

"이런 건 이렇게 버리는 거야."

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면 딱딱한 수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여담으로 묻곤 했다.

'선진시민의 척도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그러면 대개 학생들은 나라의 경제력을 언급하곤 했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다름 아닌, 공중도덕을 얼마나 잘 준수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과거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 나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공중도덕 의식에 불만이 많다.

공중도덕은 문자 그대로 '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위'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아름다운 섬 제주도 해변에도, 가을이면 등산객들로 넘쳐나는 설악산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바위 틈 구석에는 어김없이 패트병과 과자 봉지, 스티로폼 등이 버려져 있었다.

새로 만들어진 골목길, 보도 위에는 며칠이 지나지 않아 누군가 버린 껌들이 여기저기 흉하게 눌러붙어 있었다.

인적이 드문 외진 산기슭에도 누군가 집에서 내다버린 듯한 가구와 의자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내 눈에만 보이지 않으면 그만인 걸까?

내 주머니의 몇 푼은 그리도 아까우면서, 자손 만대로 길이 물려줄 자연이 망가지는 건 내 소관이 아니라는 걸까?

자기 집 안방이라도 저렇게 함부로 버릴 수 있을까?

공중도덕은 어느 한두 사람이 지켜서는 표가 나지 않는다.

한때는 산에 오를 때면 일부러 비닐 봉지를 따로 준비해서 눈에 띄는 쓰레기들을

주워오기도 했지만, 혼자서는 감당하기가 힘들 만큼 양이 많았다.

세월이 가면서 점점 나아지고 발전해야 하건만, 적어도 내 눈에는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언제쯤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