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시험의 산물
오늘날 인간이 섭취하는 모든 먹거리는 누군가 최초에 시도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먹을 수 있고, 저것은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직접 먹어보지 않고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 과정에서 목숨이 위태로웠던 경우도,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례도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즐기고 있는 각종 먹거리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 선조들의
고귀한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음을 생각하면, 고마움을 넘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커피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커피는 최초 동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중동, 유럽, 인도 등으로 퍼져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제는 커피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 생활의 일부로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나는 커피 맛을 잘 모른다.
맛을 모른다기보다, 맛에 대한 감별 능력이 없다고 해야 보다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저 집 커피가 맛있다'는 얘기가 선뜻 와 닿지 않는다.
나에게는 그 맛이 그 맛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커피 메뉴의 종류도 매우 제한적이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정도가 그나마 친근한 이름들이다.
나는 모든 음식에서 달고 짠 것을 싫어한다.
커피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메뉴라도 집집마다 맛은 다 다르다.
어떤 집에서 카푸치노를 맛있게 마셨다고 해서 다른 집 카푸치노에서 똑같은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처럼 쓴 커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내 입에는 너무 달다.
커피 맛을 잘 모르는 내가 카페라떼를 주로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커피 가게에 종종 가는 까닭은 분위기가 좋아서이다.
커피를 앞에 놓고 대화를 하게 되면 한결 마음이 푸근해지고 부드러워짐을 느낀다.
그런데, 왜 집에서 만든 커피는 가게에서 파는 커피보다 맛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