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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관한 추억

자유인。 2023. 1. 19. 00:30

 

이런 저런 일로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라를 다녔다.

더 많은 나라를 다닌 이들에게는 적을 테고, 더 적은 나라를 다닌 이들에게는 많다고도 할 수 있는.

해외여행이란 어찌 보면 주마간산(走馬看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한 곳에서 얼마 동안이라도 살아봐야 그곳에 관해 뭐라고 얘기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일반인들이 다니는 여행이란 대개 잠깐 스치는 정도에 불과한지라 남들에게

뭐라 말하기가 민망한 부분도 없지 않다.

내가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여행지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였다.

그곳에서 한 달 간 머물면서 다른 데보다는 좀 더 속살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은 편이었다.

거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길어야 며칠이었다.

여행은 저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추구하는 바 역시 다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 유럽이나 미주 지역 같은 잘 사는 나라에서의 좋았던

기억보다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나라에서 보고 배우는 것들이 더 많았다.

누가 내게 그 동안 다닌 여행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인도를 들 수 있다.

내가 추구하는 여행지는 첨단 문명을 자랑하는 곳보다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연적이고 덜 문명화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인도란 나라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그곳에서 본 풍경은 한 마디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대혼란의 극치였다.

적어도 정돈된 모습에만 익숙했던 이방인의 눈에는.

무엇보다 강렬했던 것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도로 풍경이었다.

차선 구분이 없는 데다, 자동차 경적은 곳곳에서 끊일 새가 없었고,

자동차와 릭샤와 사람이 한데 뒤엉켜 그야말로 아비규환에 가까웠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14배나 되는데도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은 경차가 대부분이었다.

더욱 특이한 것은 백미러가 없는 자동차가 무척 많다는 점이었다.

사고로 인해 부서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출고 시점부터 아예 없이 나오는 듯했다.

그런데도 달리는 속도는 거의 총알 택시에 가까웠다.

이러다 소리 소문 없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운전들이 거칠었다.

그리고 거리마다 가난한 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14억 인구 중 하루 1달러가 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무려 4천 만이라고 했다.

실제로 거리에 외국인이 나서면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지

순식간에 이방인 한 사람을 에워싸고 손을 벌리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직업들도 많았다.

길가에 체중계를 놓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몸무게를 잰 후 얼마씩을 받거나.

공중화장실 안에서 수건을 들고 서 있다가 볼일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얼마씩의 팁을 받고 건네주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그래서 인도를 여행해 본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파도 파도 알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곳이라며 몇 번이고 더 가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두 번 다시 생각조차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한 경험이었다는 이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