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얼굴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얼굴을 보면 마치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말한다.
거울에 비친 내 표정을 봐도 아니라고 선뜻 말하지 못한다.
그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바라보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성장 환경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제대로 된 대화법을 배우지 못한다.
일방 주입식 교육 위주다 보니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거나 토론의 기술을 익힐 기회가 없다.
나와 의견이 다르면 그것을 인정하기보다는 감정을 표출하는 데 더 익숙하다.
토론 방송을 보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 공격에는 능하지만,
그것을 부드럽게 웃으며 넘기는 유머나 대화의 기술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토론하는 자리는 언제나 감정 싸움으로 끝날 때가 많다.
또 다른 하나는 지나친 비교 심리를 들 수 있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성격이나 능력, 또는 관심 분야가 다른데,
우리 사회는 그것을 인정하기보다는 누구에게나 획일적인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려는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개인 역시 자신의 성취에 만족하기보다는 늘 누구처럼 되어야
한다는 비교 심리에만 사로잡히다 보니 사는 것이 즐겁지 않고 항상 무엇엔가 쫓기며 살아간다.
사는 동안 언제 한번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유머와 웃음은 마음의 여유로부터 나온다.
그것이 없는 인생은 정신적으로 그만큼 쫓기고 있다는 얘기와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는 물질적인 면에서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지만,
안타깝게도 국민 행복지수에 관한 한 그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화난 듯한 한국인의 얼굴'은 그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음에도, 삶의 만족지수는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
이것은 국가의 책임일까, 아니면 개인의 책임일까?
'온화한 한국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은 과연 오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