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부모와 자식

자유인。 2023. 3. 14. 22:00

 

대한민국에서 노인에 관해 명확한 기준을 정한 건 없다.

이른바 '지공거사(지하철 공짜로 타는 거사=65세)'를 근거로 판단할 뿐이다.

그러기에 노인이라 함은 대략 그 나이를 기준으로 하면 크게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나이들어가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은 다들 종착역이 있어도 자신만은 불멸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착각한다.

70이 되어도, 80이 되어도, 90이 되어도 마음은 늘 젊은 그 시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이른 아침 일어나서 아침 운동을 하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다.

길을 걷다 보면 그 시각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종종 보곤 한다.

내가 듣기에 하루종일 폐지를 걷어 봐야 몇 천원이 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분들이 가족이 없을까.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이 있어도 교류가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 중에는 가족도 존재하고, 또 다른 인생의 굴곡이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노후의 삶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건 분명해 보인다.

우리 부모 세대는 노후 대비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오직 자식들 뒷바라지에만 모든 걸 바치다 보니 정작 나이들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수입은 없고, 노릇은 해야 하고, 결국 기댈 곳은 자식들뿐이다.

하지만 기대기만 하는 부모를 자식들은 반기지 않는다.

내리사랑은 있지만 치사랑은 없음을 비로소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자식을 도와 주지 못하는 부모보다, 제 인생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부모를 자식들은 더 부담스러워하고 원망한다.

나는 어떤 형태로든 아이들에게 부모의 경제적인 부분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 내외 살기에도 빠듯한 세상, 무심코 내뱉은 어른의

말 한 마디가 행여 본인들에게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조금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몰랐던 세상을 하나씩 경험하며,

제대로 인생을 배워 가길, 그 과정을 겪으며 내성을 키워 가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기도,

엄마 아빠는 알아서 잘 살아갈 테니, 아무 걱정 말고 너희 내외 인생만

잘 건사하면 된다는 무언의 언질이기도 하다.

자식들이 원해서가 아닌,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주어진 인생.

각자의 삶을 책임질 수 있고, 존중해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