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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인은 갈겨써야만 할까

자유인。 2023. 4. 12. 18:30

 

 

무언가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의문을 가지는 버릇이 있다.

물살이 거센 바다 위 다리는 어떻게 기초를 다지고, 기둥을 세웠을까,

저 높은 산꼭대기에 있는 집은 건축에 필요한 자재들을 무슨 방법으로 날랐을까 등등.

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평소 물음표를 가지는 것 중 하나가 사인에 관한 것이다.

나 같은 일반인이야 계약서가 아니면 특별히 어디서 사인을 해야 할 일이 없지만,

대중들에게 널리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은 자신을 따르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어야 할 경우가 많다.

 

요즘 유명인들의 사인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음식점이다.

업주 입장에서는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이 자신의 영업장을 다녀갔다는 표시로 그들이

남긴 흔적을 실내에 비치해 두면 그보다 훌륭한 홍보 수단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사인을 볼 때마다 가지는 의문은, 왜 우리 나라 연예인이나

운동 선수들은 하나같이 본인이 아니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휘갈겨쓸까, 라는 점이다.

 

식별 가능한 형태로 쓰는 이도 더러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옆에 정자체로 이름을 따로 밝히지 않으면 본인과 받은 사람 둘만 알 뿐이다.

 

혹시 사인은 '나만 알아보게 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

사인의 본래 취지는 내가 누구인지를 상대방이나 제3자에게 밝히는 데 있지 않을까.

정자체로만 해서는 재미가 없다면 나름대로 변형을 하되 원형은 유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근 '백반기행'으로 유명한 모 화백의 사인을 보라. 얼마나 매력적인가).

 

'아무렇게나 휘갈겨쓴'(물론 본인들 나름대로는 그것을 만들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겠지만) 사인보다는 누가 봐도 이름의 원형이 한눈에 드러나는 사인에서

보다 더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