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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횡단

자유인。 2023. 6. 20. 05:18

 

자전거를 타고 어디를 가는 중이었다.

오른쪽으로는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대로였다.

도로 중앙선 한가운데에서 웬 노인 한 명이 불안한 눈빛으로 연신 좌우를 살피고 있었다.

좌우측으로 횡단보도가 있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고,

불편한 노인의 걸음으로 거기까지 가기에는 적지 않은 무리가 있어 보였다.

무단 횡단임을, 위험하다는 것도 알지만 생각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 자신의 몸을 생각할 때 그 방법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바라보는 내가 불안해 가던 길을 멈추고 노인이 무사히 길을 건널 때까지 한참을 서서 지켜보았다.

오른쪽 사거리의 멈춤 신호와 함께 더 이상 달려오는 차들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노인은 마침내 목적지인 맞은편 보도에 안착할 수 있었다.

무단 횡단을 하다 안타까운 사망에까지 이르는

노인들의 교통사고 소식이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기본적인 교통질서도 지킬 줄 모르는

노인네' 라고 함부로 폄하할지 모르지만, 그 입장을 알고 나면 이내

자신의 짧은 생각과 경솔함을 반성하게 된다.

그들인들 펄펄 뛰던 젊은 시절이 없었을까?

그들인들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 줄 차마 생각이나 했을까?

나만은 예외일 것 같지만, 누구에게나 그날은 다가오게 마련이다.

누가 알까?

대비한다고 해서, 준비한다고 해서 내 맘대로 피해갈 수 없는 것

- 그건 바로 세월이라는 기차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