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지난 며칠 전국에 걸쳐 내린 폭우로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잠시 볼일을 보러 나갔던 배우자가, 형제와 자식이 한순간에
불귀의 객이 되어 버린 차마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어찌 다 감당할 수 있을까?
평생을 살아온 내 집이 일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현실을 어찌 감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연 재해는 아무리 대비를 한다고 해도 다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역부족인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 중 일부는 충분히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앵무새처럼 재발 방지를 다짐해 보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쉽게 잊히고 마는 현상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왜 판박이처럼 반복이 되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을 고지식하다며 함부로 매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알고 보면 지금껏 국민들을 경악케 했던 대부분의 대형사고가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데 따른 결과였음을 우리는 익히 눈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끊어지고, 여객선이 가라앉고,
완공을 코앞에 둔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는 모두 지켜야 할
기본을 간과한 결과임을 눈으로 보고도 금세 또 잊고 만다.
정치인들이 호통을 친다고 바뀌지 않는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그들이라고 직간접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처럼 민생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정쟁에만 몰두하기보다는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일들을 앞장서 찾고 살피는 것이 그들이 해야 할 첫 번째 역할이다.
결과가 벌어진 뒤 아무리 잘잘못을 따져 본들 떠난 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나 있을까?
대한민국이 물질적으로는 살 만한 나라가 되었다는 건 온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과연 국민들의 의식도 그에 걸맞다 장담할 수 있을까?
이는 어느 한두 사람이 아닌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