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에 관한 고찰
어떤 분야가 되었건 프로의 세계에는 언제나 소비자가 존재한다.
소비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들이 지불한 비용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뒤따른다.
운동 선수는 그에 걸맞은 경기력을, 음악인은 그에 걸맞은 연주 실력을,
작가나 화가는 그에 걸맞은 작품성을, 제조자나 판매자는 그에
걸맞은 상품성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소비자는 그들을 믿고 다시금 찾게 된다.
그러기에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일반인처럼 해서는 도저히
살아 남을 수가 없다.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면 그것은
곧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면 그것들이 취미가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취미란 누가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물을 검증받을 필요도 없고, 내가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취미로 무엇을 하는 이들 중에는 전문가 수준으로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즐기면서 잘하기까지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일까.
나의 인생 모토 중 하나는 '심심하지 않게 살자'이다.
그러다 보니 나름대로 이것저것 흉내 내는 취미가 몇 가지 된다.
여기에 매일처럼 올리고 있는 글쓰기도 그 중 하나이다.
그것들 중 남에게 내세울 만한 건 거의 없다.
그렇다고 크게 부끄럽지는 않다. 내가 즐기는 취미는 누구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내 삶에 생기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용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문가의 작품 세계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조금 못하더라도 자신의 직접적인 노력을 통해 모종의 결과물을
만들어 보면 그로부터 얻게 되는 희열은 프로의 그것에 비할 바 아니다.
취미란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