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 나이
오늘날 성인병의 대부분은 혈관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후유증은 다른 어느 질병보다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일 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하는 건강검진이 망설여지기도 한다.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좋다는 건 익히 잘 알고 있지만
혹시나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을 때의 당혹감이나 불안감 때문이다.
재작년에 이어 2년 만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가 도착했다.
결과서를 열어보기 전에는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다행히도 내 나이에 있을 수 있는 자연적인 퇴화 이외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심뇌혈관 나이는 오히려 내 연령보다 10년이나 젊게 나왔다.
향후 10년 이내 관련 질환이 발생할 확률 역시 내 나이 평균 대비 2분의 1 미만에 그치고 있었다.
이런 긍정적인 결과가 기분은 잠시 좋게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방심할 일은 아니다.
건강 문제는 평생을 두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실제로 나 자신의 건강 관리를 위해 하는 일은 많지 않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 가급적 과식하지 않는 것, 과음하지 않는 것,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하기보다는 생활 전반을 운동화運動化함으로써
평소에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정도이다.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능하면 자동차 운전 횟수는
줄이면서 걷기나 자전거, 또는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려고 한다.
그것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최근 일터에 새로 합류한 젊은 동료가
조심스레 나이를 물어보기에 몇 살이라 얘기하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몸에 안 좋다고 해서 다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만을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면 '왜 사는가'란 의문에 사로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들과의 접촉을 가급적 줄임으로써 질환 발생의 확률을
좀 더 낮출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