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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이 있다고 해서

자유인。 2023. 8. 10. 03:22

 

아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올 때쯤이면 MBC 라디오 <여성시대>가 방송된다.

운이 좋으면 반 정도, 그도 아니면 그 중 일부만 들을 수 있을 뿐이다.

 

매주 수요일이면 이어지는 '님과 함께'라는 코너가 있다.

스님 한 분과 신부님 한 분이 출연하여 청취자들이 보낸 고민을 상담해 주는 코너이다.

 

이번 방송에는 '당돌한' 며느리를 어찌했으면 좋을까를 물어온 한 시어머니의 사연이었다.

아들과 결혼한 지 11년이 된 며느리는 부부 싸움만 했다 하면 한밤중이든,

새벽이든 상관없이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와서는 아들 욕을 그렇게 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아들의 가정 교육까지 들먹인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며느리를 두둔했지만, 같은 상황이 그칠 줄 모르고 지속되다 보니

이제는 며느리가 미워지기까지 한다는 것이었다.

 

방송을 들으며 잊고 있던 오래 전 일이 생각났다.

내가 다니던 직장에 함께 근무하던 청춘 남녀가 서로 눈이 맞아 결혼까지 했지만,

채 일 년을 살지 못하고 헤어진 사례가 있었다.

 

나중에 남자로부터 들은 바는 이러했다.

여자는 부부 싸움만 하고 나면 꼭 친정에 전화를 해서 그날 일을 다 일러바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장모는 곧바로 또 사위에게 전화를 걸어 딸에게 들은 바를 따진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더 이상 같이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었다

 

흔히 인생을 정의할 때 '내 앞에 닥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몰랐던 세상을 조금씩 배워 간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남녀가 가정을 이뤄 살다 보면 왜 다툼이 없겠는가.

아무리 꿀맛 같은 연애 시절을 거쳤다 한들 결혼은 이상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친정에, 시댁에 전화를 하면 해결책은커녕 분란만 키울 뿐이다.

다툼이 있어도 서로 조율하고 맞춰가는 법을 배우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게 아닐까?

 

내 아이들이 결혼을 할 때도 아버지로서 같은 말을 해 준 적이 있다.

'살다 보면 내외 간 더러 의견이 부딪칠 때가 없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런 경우가 있더라도 그 일로 인해 엄마 아빠에게 전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다행히 지금껏 아이들로부터 그런 전화는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