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

오늘 이야기는 화장실 문화에 관한 내용이다.
화장실은 입에 올리기가 다소 망설여질 때도 있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잠시도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기에 딱히 그럴 것도 없다.
인천공항 공중화장실에 들러본 이들은 알겠지만,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안내 문구(영어로 적힌)가 그림과 함께 걸려 있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말로 풀어 쓰면 '변기 위에 올라앉아 일을 보지 마시오'란 내용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화장실은 입식 양변기가 설치되어 그 위에
앉아 '업무'를 보면 되는데, 사용법을 몰라 엉덩이가 닿는 변기 커버 위에
발을 얹고는 그 위에서 일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처음에 그 문구를 봤을 때는 문명 사회에서 이처럼 황당한 안내문이 있을까, 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기본적인 개념조차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해외에서 오는 일부 승객들 중에 그런 믿기 힘든 일이 적잖이 발생한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으니까 안내문까지 걸어놓은 게 아닐까.
우리네 화장실 문화도 과거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이 좋아졌다.
초창기만 해도 공중화장실에 휴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새 두루마리를 걸어놓기만 하면 어느새 훔쳐가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형편이 어려웠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행히 요즘에 와서 그런 경우는 거의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광경을 목격할 때가 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큰일'을 보고 난 뒤 물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그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기겁을 하고 나온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사용 방법을 몰라서일까. 설마??
다른 생각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깜빡 잊고 나온 것일까.
그러기엔 내가 목격한 것만으로도 정도 이상으로 빈도가 잦았다.
내 것이 아니라고 해서 함부로 하는 사람은 그의 인격을 의심하게 만든다.
자기네 집 화장실에서도 그렇게 할까?
선진국의 척도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기초질서나 공중도덕을
얼마나 잘 준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부디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을.
*위에 올린 사진은 몇 년 전 모스크바 가족여행 중 숙소 화장실에 설치된 러시아식 비데이다.
처음엔 발을 씻는 곳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비데임을 알고 다 함께 웃었던 기억이 있다
(파일이 오래되어 원형이 일부 손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