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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되면 좋겠지만

자유인。 2023. 8. 25. 00:27

 

 

얼마 전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다.

 

두 명의 남자 동서가 있다.

윗동서는 평범한 직장인이고 보통의 가정 출신이었다.

아랫동서는 의사이며 부친도 의사라 집안이 꽤 부유한 편이었다.

 

명절이 되어 처가에 들를 때면 아랫동서는 자신의 근황을 자랑 삼아 얘기하곤 했다.

이번에 타던 차를 팔고 최신 모델로 바꿨다느니,

병원이 잘 되어 보다 넓은 곳으로 이전을 했다느니, 얼마 전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등등.

 

직장인인 맏사위는 특별히 자랑할 것이 없었다.

기분이 상한 그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죄 없는 아내에게 화풀이를 하곤 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더 이상 처가에 들르는 것이 편치 않았다.

 

이런 경우는 비단 동서 관계뿐만 아니라 형제도 마찬가지다.

같은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랐지만, 가는 길과 사는 형편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기에 그로 인한 갈등이 적지 않다.

내 주변에도 부모가 떠나고 난 뒤 형제 관계가 원만한 집안이 별로 없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유산 문제인 것 같다.

다른 형제들에 비하면 가장 많은 몫을 받았음에도 더 받지 못해 불만이다.

 

그 다음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생활 형편이다.

내색을 안 하면 될 텐데 만나서 얘길 하다 보면 서로를 비교하게 된다.

 

누구네는 어떻다는데 왜 우리는 이럴까,

누구네는 철마다 외국행 행기를 탄다는데 왜 우리는 한 번도 그러지 못할까,

왜 맏이도 아닌 우리가 제사를 모셔야 되냐는 등.

 

부모가 살아 있을 때는 그나마 참고 있다가

떠나고 나면 마침내 감추고 있던 불만들이 하나씩 표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어제도 지인과 점심을 먹다가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다들 말만 안 할 뿐 평탄한 집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하랴.

인생은 결국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각자의 몫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