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의 현주소
가끔씩 거리를 오가다 건물마다 내걸린 수많은 간판을 보면서 혼자서
궁금증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저들은 과연 기대만큼 수익을 내고 있을까' 라고 말이다.
업종을 막론하고 수요는 제한되어 있는데 공급은 과잉으로 넘쳐나고 있으니
거기에서 살아 남는다는 것이 여간한 과제가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 집 바로 가까이에는 먹거리촌이 있다.
아침 저녁 운동을 하면서 가끔씩 이 골목을 한 바퀴 둘러보곤 한다.
모르는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분위기를 살피기 위함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온 지는 20년이 넘었다.
처음 이사 올 당시 있던 가게가 지금껏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업종이 자주 바뀐다는 건 그만큼 장사가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개인 사정이나 임대차 등의 문제도 없지는 않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대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여기만이 아닌, 과거 직장이 있던 서울 강남도 마찬가지였다.
소비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지역이었음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가게들이 문을 열고 닫았다.
드물게 방문객들로 붐비는 곳도 있었지만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았다.
개업 당시만 해도 다들 얼마나 큰 기대감에 부풀었을까?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생활일랑 청산하고 얼른 돈 벌어 남들 보란 듯이
떵떵거리며 살아보겠노라고. 그런 마음에 누군들 예외가 있었을까?
요식업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이들이 가장 손쉽게 뛰어들 수 있는 업종이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다는 뜻이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건 그만큼 또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번 창업을 한 뒤 문을 닫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손실이 발생할지는
굳이 계산해 보지 않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하루 매출 얼마, 연매출 몇 억을 올리고 있다는 일부 소수의 성공 신화에만
현혹되어 너도나도 뛰어들어 보지만, 그런 결과를 낳기까지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인고의 과정이 있었을지, 그런 이들의 숫자가 또 얼마나 될는지는 상상이나 해 보았을까?
다들 '나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덤벼보지만, 우리 나라
자영업의 성공 비율은 채 5퍼센트를 넘지 못한다는 것이 통계로 나와 있다.
나머지 95퍼센트는 수익은커녕 본전도 건지지 못 한 채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