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사돈의 가을 편지
자유인。
2023. 10. 31. 05:29

나의 사돈은 인천 강화도에서 글도 쓰고 농사도 지으며 살고 계신다.
나는 그저 취미로 글을 쓰는 아마추어 블로거일 뿐이지만,
그는 정식으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본인 명의의 저서도 다수 출간한 프로 작가이다.
아들 내외를 만날 때면 그는 언제나 '사돈은 안녕하시냐'는 안부 인사를 잊지 않는다.
그 얘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 따뜻한 온풍기 하나가 들어선다.
무릇 인간관계란 대단한 무엇을 주고받아야만 형성될 수
있는 거라기보다는, 소박하지만 늘 상대를 잊지 않고 생각하는 작은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 시나브로 싹트게 되는 꽃이 아닐까.
결혼은 일차적으로 당사자끼리의 만남이지만, 더 나아가 집안의 만남이기도 하다.
며느리나 사위 될 사람의 부모 역시 당사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나보다 몇 배나 더 따뜻하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분들과 사돈의
인연을 맺게 되어 무엇보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사돈께서 손수 농사지은 거라며 고구마랑 땅콩을 한가득 보내오셨다.
해마다 이맘때면 잊지 않는 그만의 가을 편지이기도 하다.
농촌에서 나고 자라 농사의 수고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염치도 없이 번번이 앉아서 얻어만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