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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부르는 사고
자유인。
2023. 11. 27. 06:10
제주도에서 한 50대 남성이 외돌개 인근 절벽에서 사진을
찍다 8미터 절벽 아래로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듣는 순간 참으로 아찔했다.
이런 광경을 종종 목격하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이었다.
이웃과 강원도로 나들이를 갔던 나는 숙소에서 가까운 산으로 운동 겸해 아침 산책을 갔다.
한 시간쯤 오른 정상 맞은편으로는 설악산 울산바위가 보였다.
바로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
그 위험한 절벽 끄트머리 근처에서 웬 젊은 여성 일행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다.
보는 내가 위태로워 '위험하다'고 알려주었지만,
'인생샷'이 더 중요했던 그들에게 나의 말은 '쇠귀에 경읽기'였다.
사람이 무언가에 몰입하면 일시적으로 주위 상황에 대한 감지 능력이 떨어진다.
사진 찍는 순간이 그렇다. 더 좋은 배경을 담으려는 욕심이
너무 앞서다 보면 미처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사진이 뭐라고 거기에 목숨까지 걸 필요가 있을까?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 일일 뿐 나에겐 절대로 그런 일 없을 거라고?
그 남자 역시 자신에게 닥칠 상황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렇게 찍은 사진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더 쳐다볼까?
그저 찍는 행위를 통해 그때 그 순간의 기분을 즐길 뿐이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떤 얼굴로 나를 찾아올지 모른다.
단지 지금 아무 일이 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