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의 적정 인원
연이틀 가까운 이웃들과 조촐한 송년 모임을 가졌다.
각각 같은 동네 주민으로 만나 오랜 세월 부부 동반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사이다.
그들을 만난 건 전적으로 모두 아내를 통해서였다.
대체로 남자들은 사회적으로는 '얼마나 잘났는지' 모르지만,
일개 주민으로서의 생활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여자들에 비해 일을 떠난 자연인으로서의 사교성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누군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지 않으면 '독거노인'이 되기 십상이다.
멀리서 사례를 찾아볼 것도 없이 나 자신이 그랬고,
내가 아는 주변 남자들 대부분이 그랬다.
이 점 아내에게 무엇보다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맘때면 한동안 못 만났던 이들과 크고 작은 송년 모임을 갖곤 한다.
해가 가기 전 얼굴이라도 한 번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형태의 모임에 셀 수 없이 참석했다.
그 중에는 내가 앞장을 섰던 경우도 있었고,
비록 내키지는 않지만 의무적으로 참석할 수밖에 없었던 모임도 있었다.
그렇다면 회식을 하는 데 몇 명이면 적당할까?
내 경험상 이런저런 배경을 다 떠나 가장 합리적인 인원은 세 명인 것 같다.
그 선이면 공통된 소재로 진솔한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명은 다소 부담스럽고, 네 명만 되어도 이야기가 한데 모이지 않고 흩어진다.
인원이 너무 많다 보면 무슨 얘기가 떠다니는지 종잡지를 못한다.
어디다 눈을 맞춰야 하는지, 누구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남들이 보면 대단한 단합체인 듯하지만, 알고 보면 서로 간 관계도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회사나 동창회, 정치인 모임이 주로 이런 부류에 속한다.
그렇다고 매번 세 명이서만 만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테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내 생각이 그렇다 보니 떠들썩하기만 하고 실속이 없는 모임은 되도록이면 멀리하게 된다.
금년 송년회 역시 주로 소모임 형태로만 참석하고 있다.
이런 자리는 파하고 나서도 '내가 거기 왜 갔을까'란 회의보다는
'이렇게라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라는 마음이 더 앞선다.
내면의 대화란 그래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