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에는
우리를 만들어가는 것은
엄청난 선택, 대단한 선택만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습관, 아주 하찮은 선택이
우리 인생의 커다란 그림을 천천히 만들어간다.
- 정여울의 '그림자 여행' 중에서 -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첫 번째 글의 소재를 무엇으로 정할까 생각하다가 연말에 사 본
종이 신문 주말판에 실린 기사 내용을 참고해 보기로 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전에 없던 용어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하고
기존에 있던 용어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나는 그런 말 안 쓴다고 고집해 봐야
혼자서만 뒤처지게 된다. 변화하는 추세를 지속적으로 읽어 나가야 할
필요성은 그래서 더욱 요구된다.
슈링크플래이션(shrinkflation)란 말이 있다.
'줄어들다', '감소하다'란 뜻을 지닌 영어 단어 'shrink'와 물가 인상을 뜻하는
'inflation'이란 두 단어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경제 용어이다.
이를테면 요식업계에서 상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양을 줄이는 걸 의미한다.
장사하는 이들 얘길 들어보면 지난해 시장 경기는 역대 최악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코로나 때보다 더 안 좋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이다.
한 해 전인 2022년만 해도 코로나 정국이 완화됨에 따라 그동안 억눌려 있던
소비 심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듯했지만, 이내 가파른 물가 인상
등으로 전에 없이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당연히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그러자니 손님이
줄어들 것 같고, 양과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자니 팔수록 손해는 불을 보듯.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양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손님들 입장에서는 가격이 안 올라 얼씨구나 싶었지만, 먹다 보니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게 된다.
'1인분'이라고 하지만 그 양은 무엇을 기준으로 한 건지도 애매하다.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한 끼 분량'이 1인분의 진정한 사전적 의미일 텐데
젓가락으로 집고 말고 할 것도 없는 턱없이 적은 양이다.
이 같은 현상은 모두 가파르게 오르기만 하는 물가에 기인하고 있다.
사정을 알고 나면 업주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수입의 증가가 물가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아무리 명목소득이 늘어봤자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삶의 질은 갈수록 악화될 뿐이다.
새해의 소망이 있다면 '물가가 몇 개월째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하고 있어 걱정'이라는 꿈같은 소식이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부질없는 바람인 줄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