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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세를 묻는 그들의 심리

자유인。 2024. 1. 9. 16:43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새해 운세(運勢)를 살피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세상이 문명화된 오늘날에도 시내를 다니다 보면 'OO 도령' 같은 간판이 나붙은 걸 볼 수 있다.

일정한 비용을 받고 특정인의 운명을 진단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곳이다.

그런 이들이 있다는 건 어떤 형태로든 수요가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연초가 되면 '용하다는' 역술가를 찾아 가족의

한 해 운세를 물어보곤 하셨다.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평소 무뚝뚝하신 아버지도

모처럼 흐뭇한 표정을 짓곤 하셨다. 설령 부정적인 결과가 나와도 역술가는 직접적으로

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저 '올해는 물이나 불을 조심하라'는 정도로 에둘러

표현할 뿐이었다.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누구에게 운세를

물은 적이 없다. 부질없는 일이란 생각이 먼저였고, 어떤 쪽으로든 진단이 나오면

사람인 이상 적잖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노력을 통해 결과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단순히 요행에 기대어 보려는 잘못된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는 염려이기도 하다.

그런 이들을 찾는다는 건 인간의 마음 한 편에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운동 경기를 볼 때 결과를 미리 알면 김이 빠지듯이,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자신의 미래를 미리 알고 인생을 살아간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것을 모르기에 희로애락도, 드라마도 있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장담할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운세를 묻는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