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을 견딘다는 것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아시안컵 축구에 대한 관심이
2002년 월드컵 때만큼이나 뜨겁다(2024년임에도 2023이라고 하는 것은 본래
2023년에 열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해를 넘겨 개최하다 보니 .. ).
이번 대회는 18회째로 대한민국은 1회(1956)와 2회(1960)에 우승한 뒤
지금까지 우승 기록이 없다(이후 준우승만 4번). 그러기에 언론에서는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64년 만에 우승을 기대한다'라며 한껏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별 예선 3경기와 전날 새벽에 열린 16강전까지
모두 4경기를 치른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해 8강에 진출하긴 했지만, 내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어느 한 경기 마음 편히 이긴 적이 없다.
그런 까닭에 예상 외의 부진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었다.
물론 모두의 바람대로 우승까지 거머쥘 수 있다면 이 모든 건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다.
어느 종목이든 선수나 감독이나 참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짊어진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보는 입장에서도 속이 타들어가는데 직접 뛰는 본인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어느 누구인들 지기 위해 뛰는 사람이 있을까?
국민들 입장에서는 매번 이겨 주기만을 바라지만, 승부란 늘 상대적인 데다
때로는 운도 작용하는 법이어서 각오만으로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
비단 운동뿐만 아니라 우리네 인생 역시 목표했던 무언가를
이루고 나면 거기엔 언제나 성공 스토리만 남는다.
그것을 이루기까지 있었던 어떤 실수나 비판도 일거에 자취를 감춘다.
다만 그 과정을 견디는 게 쉽지 않다는 거다.
결국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 신화를 이룬 이들은 하나같이
그 험난한 장애물을 모두 슬기롭게 극복하고 헤쳐 나왔다는 뜻이리라.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받을 일이다.
사우디와의 경기가 끝난 뒤 주장인 손흥민 선수가 팬들에게 당부했다.
"선수들 모두 웃음을 드리려고 노력 중이다.
대회가 끝난 뒤 팀에 대해 평가를 해주길 바란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