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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꿈인 줄은 알면서도
자유인。
2024. 2. 13. 05:01
모두 27명이었던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은 46세였다.
그중 40세도 넘기지 못한 왕이 무려 11명, 회갑을 넘긴 왕은 5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일반 백성들의 평균 수명은 35세였으니 요즘 시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환갑을 맞이한다는 건
아무나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니었다.
이때가 되면 얼마나 성대하게 잔치를 벌였던가.
친인척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에다 지인과 인근 마을 사람까지 다
불러 주인공의 흔치 않은 무병장수를 한마음으로 축하했다.
수명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회갑은 더 이상 특정인의
평범한 연례행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회갑잔치하는 사람도
없지만, 행여 잔치한답시고 청하는 이가 있다면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고 눈총 받기 십상인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가족끼리는
여전히 여느 생일과는 차별화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아내가 회갑을 맞이했다.
한창 육아에 정신없는 딸과 사위, 아들과 며느리에 손주들까지
모처럼 가족 완전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아이들을 낳아 기르는 건
더없이 힘들고 고된 일이지만, 다 키우고 나면 '무엇보다 잘한 일'이라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 싶다.
저녁에 아내와 운동하면서 그랬다.
"우리가 손주들 결혼하는 것까지 볼 수 있을까?"
헛된 꿈인 줄은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