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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 묻는다면

자유인。 2024. 3. 6. 05:22

 

 

 

나를 잘 모르는 이들이 가끔씩 묻곤 한다.

도대체 사진을 찍어서 뭐 하느냐고. 왜 그렇게 찍느냐고.

밥 먹을 때나, 어디를 다닐 때나 시도 때도 없이 찍으니까 궁금한 모양이다.

그럴 때면 즉답을 하기보다는 두루뭉술 넘기고 만다.

 

제대로 된 답을 해봐야 귀담아듣지도 않는다.

나대로는 답변을 한다고 설명을 할라치면 어느새 시선은 딴 데를 향하고 있다.

본인들의 관심 분야가 아니다 보니 답을 듣기 위함이라기보다는

'그냥 심심해서' 물어본 것뿐이다.

 

내가 사진을 부지런히 찍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찍는 행위 그 자체가 다른 어떤 것보다 재미있다.

색다른 피사체를 보면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그림을 만들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즐긴다고 해야 할까? 카메라를 벗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토록 오랜 기간 나를 가슴 뛰게 하는 대상은 만나지 못했다.

 

둘째,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작품'을 건지기 위해서다.

마치 숙제하듯 '오늘은 기필코 '인생 사진'을 찍고 말 거야'라는

생각으로 길을 나설 경우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섬광이 번뜩이는' 장면은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교통사고처럼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언제나 카메라를 내 몸 가까이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진이 필요하다.

한 번 활용한 사진은 먹고 난 반찬처럼 재탕, 삼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용과도 맞아야 해서 늘 '신선도 높은' 사진들이 있어야 한다.

 

찍는다고 그대로 다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 100장을 찍으면

쓸 만한 사진은 채 10장이나 될까? 나머지는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필름이라면 비용을 생각해야겠지만, 디지털 기기라 그런 걱정에서 자유롭다.

 

오랜 기간 사진을 찍는다고 저절로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다.

타고난 예술적 감각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한 이들에게 좀 더 유리한 것이 사진이다.

다루는 도구만 다를 뿐 사진과 미술은 혈통이 같은 집안이다.

 

비싼 카메라라고 해서 더 나은 사진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마음만 있다면 휴대폰 카메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직업인이 아니라면).

사진을 찍는 주체는 카메라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사진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러면 발전 속도도 그만큼 더 빠를 수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 한 번이라도 가슴이 뛰거나 흥분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사진과 내가 궁합이 맞는지는 그것만으로 가늠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