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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만 하기보다는

자유인。 2024. 3. 27. 05:28

 

 

 

우리가 사는 동안 피할 수 없는 것이 쓰레기다.

어쩌면 사람이 산다는 것이 지속적으로 쓰레기를 양산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문명 이전에는 자연 분해가 되어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문명 이후에는 썩지 않는 소재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분리수거 제도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그것이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동참하지 않는 이들이 있고, 사각지대가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때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나 주차장 등에 쓰레기가 있으면

버린 사람을 탓할 때가 많았다. 다른 누구랄 것도 없이 내가 그랬다.

어느 날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아니, 바꾸기로 했다.

 

당사자를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 줍기로 한 것이다.

욕만 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미약하지만 실천을 통한 변화의 주역이 되어 보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일터 울타리 너머로 각종 쓰레기가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사람들이 먹고 마신 후 버린 음료수 병이며 술병, 플라스틱 물병 등이 대부분이었다.

3~40미터나 이어진 곳이어서 양이 제법 되어 보였다.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그것들이 지속적으로 눈에 밟혔다. 지자체의 손길마저 닿지 않는 곳이라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마냥 그렇게 방치될 것만 같았다.

 

고민 끝에 내가 치우기로 했다. 큰 비닐봉지 하나를 준비한 후

며칠에 걸쳐 아침 출근길과 근무 시간 짬짬이 부지런히 치우다 보니

상당량이 정리가 되었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혼자만의 작은 몸짓이었지만,

한결 말끔해진 현장을 보고 있노라니 더없이 기분이 좋아졌다.

 

나 혼자 이런다고 무슨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쓰레기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보람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