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부고(訃告)
대한민국에서의 인간관계란 곧 경조사의 관계와도 같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직장이든, 일이든, 아니면 자연인의 입장에서든 누군가와
관계가 설정이 되면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경조사 문제가 뒤따른다.
그렇다고 그 많은 관계를 무슨 재주로 일일이 다 챙길까?
오죽하면 경조사가 무서워 이민을 가야겠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올까?
그만큼 자유롭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 사회의 경조사 문화다.
아이들 결혼식을 앞두고 혼주로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이
초청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까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청해도 욕을 먹고, 안 해도 욕을 먹는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깝다고 생각해 초청을 하면 '당신과 그 정도까진 아니었는데?'라는
떨떠름한 반응이 나오기도 하고, 초청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에
대상에서 제외하면 '여태 내가 당신한테 그 정도 존재밖에 아니었나?라며
서운한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도 있더라는 것이다.
그 묘한 경계선을 가늠하는 것이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낯선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부고(訃告)였다.
보낸 사람은 몇 달 전 업무적인 관계로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었다.
짧은 인연이 있은 뒤 일을 통한 두 사람의 관계는 끝이 났고,
이후 더 이상의 개인적인 교류는 없었다.
나에게는 '길을 가다 만난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서로의 경조사까지 주고받을 사이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럴 경우 나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알리는 건 본인의 자유지만,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나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로서는 '더없이 친하다고 생각했을' 내 이름이 방문자
명단에 없음을 알고는 몹시 낙담하고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