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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삶

자유인。 2024. 4. 25. 04:42

 

나는 이야기가 있는 삶을 좋아한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달리 할 얘기가 없어 천장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내가 오랫동안 한 개인의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을 주제로 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다 그런 배경에서다.

이 많은 이야기를 어디 가서 쏟아낼 데도 없고, 쏟아내기도 어렵다.

어찌 보면 나 혼자만의 넋두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마냥 내 머릿속에만 가둬 놓고 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

​최근 방송계는 유튜버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주요 방송사가 언제부터인가 힘을 잃고 개인 유튜버에게

끌려가는 듯한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먹방이 봇물처럼 넘쳐난다.

다른 내용은 없이 오로지 먹기만 하는데도 조회수가 엄청나다.

하지만 나까지 그들의 돈벌이에 도움을 주고 싶지는 않다.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내 눈길을 끄는 채널이 있다.

한 유명 외식 사업가가 운영하는 '님아, 그 시장을 가오'라는

채널이다. 단순히 여러 먹방 중 하나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가 방송에서 하는 얘길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채널은 제목 그대로 전국 중소 지역에 묻혀 있는 이름 없는

음식점들을 소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오늘날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적지 않은 소도시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거리나 시장을 가보면 적막강산이다.

어느 날 그가 방송에서 가슴에 있던 말을 꺼냈다.

'오늘날 죽어가는 전국 소도시의 현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내가 이렇게라도 지방의 숨겨진 음식점들을 소개함으로써,

한 사람이라도 더 그 지역을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전국을 관광지로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라고.

여느 먹방 중 하나로만 여겼던 그의 채널에 이렇게나 깊은 뜻이

숨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실제로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존재조차 없던 한 지방 소도시 시장을 전국에서 연간 300만 명이나 되는

방문객이 찾게 할 만큼 명소 중의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지금껏 그런

발상은 어느 누구도 할 수 없었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유튜브가 단지 돈벌이만이 아닌, 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음을 그는 몸소 보여주었다. 다른 유튜버들도 그의

사례를 참고했으면 좋겠다. 오로지 얼마나 많이 먹고, 얼마나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느냐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잔잔한 이야기와 감동을 담을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