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을 쌓기는 어려워도
어느 유명 코미디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진행자가 물었다. '같이 출발했던 동료들은 자취를 감춘 지 벌써 오래인데,
당신은 무려 40년이 넘도록 불미스러운 일 한 번 없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그가 말했다.
'늘 조심했다. 술을 마셔도 반드시 집 근처에서 마셨다'라고.
정상의 자리에서 은퇴를 선언한 어느 여자 가수는
현직에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중 앞에 서는 가수로서 한결같은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너진 모습을 보이는 건 대중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최근 은퇴를 선언한 다른 남자 가수 역시 비슷한 고백을 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는지 아느냐.
길을 가다 맛있는 떡볶이나 순대가 있으면 사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나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지금껏 그 모든 욕구를 참고 살아왔다'라고.
이들의 공통점은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어느 가수의 '음주운전' 사고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뜨거운 조명을 받게 된 인물이다.
내가 굳이 여기서 그 문제의 진위 여부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다.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초년 출세가 안고 있는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싶을 따름이다.
언젠가 신문에서 '인생의 세 가지 불행'이란 제목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글쓴이가 지목한 그것들은 초년 출세, 중년 상처, 노년 빈곤 세 가지였다.
그중 초년 출세가 자칫 불행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이유는,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린 나이에 정도 이상의 출세를 하고 나면
자만하기 쉽고, 그로 인해 문제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감히 생각지도 못한 나이에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는
스포츠 스타나 대중 연예인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이런 사례는 종종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자신들의 오늘이 있기까지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과정이 있었을까.
그날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또 기다렸을 것이다.
꿈같은 일이 기적처럼 다가온 현실이 언제까지 계속될 줄 믿었을 것이다.
대중은 화면에 비치는 그들의 단면만 볼 뿐 내면은 알지 못한다.
그들이 말하는 '실수'란 말 그대로 실수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무엇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
그동안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몇몇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라며 다짐을 하면서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또다시 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걸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비단 유명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이 아닐지라도
초심을 잃으면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한 현실이기도 하다.
탑을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뜨리는 건 일순간임을.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땅을 쳐 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