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

오랜만의 명동 나들이

자유인。 2025. 2. 25. 04:46

 

이따금씩 명동 나들이를 한다. 주로 지인과의 점심 약속이 있을 때다. 가능하면 매번 새로운 곳을 물색하는 편이어서, 갈 때마다 장소는 달라진다. 세상은 넓고, 갈 데는 많고,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늘 같은 곳만을 고집하게 되면 그만큼 경험치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하나라도 더 경험치를 쌓게 되면 그에 비례하여 세상 보는 눈도 넓어질 수 있고, 그것 또한 소소한 여행의 일환이라는 생각에서다.

 

명동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에 갔던 날은 평일이어서인지, 아니면 추운 날씨여서인지 다른 때에 비하면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최근 벌어진 우리의 불안정한 정치 지형도 일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곳인데 이런 데서 높은 임대료 내고 수익을 올리려면 그만큼 매출도 많아야 할 텐데, 실상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다만 곳곳에 비어 있는 가게가 눈에 띄는 걸 보면 현실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아 보인다.

 

 

점심을 먹고 들른 곳은 중국대사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더 스팟 패뷸러스(The Spot Fabulous)'라는 카페다. 오가다 종종 보긴 했지만 뭐 하는 곳인지 몰랐다가, 최근 어느 책에선가 여기를 소개한 걸 보고 경험 삼아 한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1950년대에 지어진 유럽풍의 건물로 본래 중국 삼민주의 동맹회관이 있던 자리인데,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중국 정부를 인정하기 전까지 대만 정부와 관련된 활동들이 여기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들이 철수한 뒤 여러 용도로 사용되어 오다가 최근 들어 카페로 새롭게 단장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입구에는 한화교민복무위원회(韓華僑民服務委員會, Overseas Chinese Service Association)라는 간판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여느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국적이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젊은 층과 외국인 손님들이 많았다. 이런 건물은 역사 보존 차원에서도 허물지 말고 어떤 형태로든 계속해서 유지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