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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과 손님의 차이

자유인。 2025. 6. 19. 05:00

 

 

더러 여행사 버스를 이용한다. 그때마다 전담 가이드가 동행한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당일 일정 안내를 비롯한 인원 점검, 조식 제공, 식당 예약, 입장권 구입 등 꽤 많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여느 직장인처럼 고정 급여를 받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일이 있을 때마다 수당 형태로 받는 듯하다. 이를테면 정규직이 아닌 자유 직업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가이드마다 보이는 성향은 각양각색이다. 주인처럼 책임감을 갖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이가 있는 반면, 처삼촌 벌초하듯 마지못해 하거나 가이드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나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신분상으로만 보면 자유 직업인이긴 하지만, 임무를 부여받은 그 순간만큼은 회사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사 버스를 타고 지방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여름으로 접어드는 길목이라 날씨는 제법 더웠다. 여기저기서 덥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날씨는 누구의 잘잘못도 아닌 오로지 하늘의 뜻이요, 사계절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여름이 더운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길을 나서는 이들 역시 그 점은 충분히 감안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손님 입장에서 그런 얘기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손님들 앞에서 보인 가이드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다. 누구보다 앞서 'OO은 너무 더워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느니, 'OO에는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라는 등의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너무 힘들어 쉬었다가 가을에나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탑승한 손님 중에는 그 고장 출신도 여럿 있었다. 게다가 한술 더 떠 그날 본인의 주요 임무 중 하나인 해당 방문지에 관한 내용은 숙지마저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충 얼버무리고 마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저 사람은 자신이 현재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사 입장에서 보면 그날의 여행 일정은 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이요, 참가자들은 그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요, 가이드는 고객들에게 회사를 대신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직원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가이드는 자기네 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이미 구매했거나, 앞으로 구매할 잠재 고객들 앞에서 해당 상품에 대한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그 상품을 구매하지 말라고 앞장서 부추기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손님과 직원은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내부적으로 할 이야기가 따로 있고, 고객들 앞에서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이 따로 있다. 그것을 구분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사람의 타고난 인성은 오랜 세월 고착화됨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불현듯 발현된다. 이날 목격한 가이드의 이상 행동은 비단 내가 탄 차에서만 있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