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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푸라기를 아시나요?

자유인。 2025. 6. 21. 05:00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 '보푸라기'라는 말이 있다. 본래 사전적 의미는 '종이나 헝겊 등의 거죽에서 가늘게 부풀어 일어나는 털의 낱개'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음식에도 쓰이고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안동 여행 중에 먹었던 점심 메뉴 이름이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보푸라기 비빔밥'이었다. 벽에는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 내어 드리는 안동의 전통음식'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었다. 보푸라기가 뭐냐고 직원에게 물으니 뭐라 뭐라 설명을 하는데 음식 재료에 관해서는 문외한인 나로서는 선뜻 와닿지가 않았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다.

 

'건조한 식재료를 곱게 갈거나 두들겨서 부풀려 양념한 음식으로, 실이나 옷에서 생기는 보푸라기처럼 식재료가 곱게 부서져 마치 솜털처럼 부드럽게 일어난 모양을 빗대어 부르는 이름'이며, '가장 대표적인 예로 북어 보푸라기가 있는데, 마른 북어를 물에 불려 가시와 뼈를 제거한 후 강판이나 믹서에 곱게 갈아내고, 여기에 간장, 소금,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하여 만든다. 이렇게 하면 북어가 솜털처럼 부드러워져 어른이나 아이들도 먹기 좋은 반찬이 된다'라고.

 

언뜻 보면 여느 비빔밥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만족도에 있어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괜찮았다. 그러고 보면 이날 내가 색다르다고 느낀 이 음식 맛의 비밀은 바로 각종 채소 위에 고명처럼 얹은 북어 보푸라기에서 비롯되고 있었던 것이다. 재료 하나에 따라 이토록 풍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집에 와서 아내더러 보푸라기를 아느냐고 물으니 익히 잘 알고 있노라고 했다. 나만 모르고 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