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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행기(14) - 대단원 본문
외국을 단 며칠 다녀와서 그 나라에 관한 소감을 말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일 년 정도는 현지인처럼 생활해 봐야 어떻다고 말할 자격이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주마간산 격일지언정 나그네로서 다녀본 소감이 전혀 없을 순 없을 것이다.
나의 러시아 여행기는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기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는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기 전의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크레믈린, KGB,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 같은 나라라는.
러시아에 다녀왔다는 나의 말에 사람들의 반응 역시 한결같았다.
'위험하지 않았느냐'고.
결론적으로 그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잘 갖춰진 사회기반시설.
낯선 외국인에게 선뜻 친절을 베풀 줄 아는 선진시민 의식.
곳곳에 남아 있는 예술과 역사의 오랜 흔적 등을 보면서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의 지위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국가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수도인 모스크바를 비롯해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우리 나라 국적기가 매일 취항하고 있어 항공 편도 더없이 좋았다.
무엇보다 이번 러시아 여행의 일등공신은 아들이었다.
현지 대학에서 일 년 간 어학연수를 마치는 시점에서 가족여행을 제안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배운 유창한 러시아어 실력으로 온 가족이 힘들이지 않고
짧은 기간 곳곳을 내실 있게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니었으면 숙소와 교통편을 이용하는 데도 적잖은 어려움에 봉착했을 텐데,
현지 전문 가이드 부럽지 않을 만큼 신속하고 정확하게 안내해 주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러시아는 16번째 해외 방문국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다른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다녀온 뒤 한 달이 흘렀지만 러시아의 추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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