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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지난 폭설로 지붕이 붕괴된 지역 농산물 시장에 다녀왔다. 김장을 앞두고 아내와 관련 재료를 구입하기 위함이었다. 농산물 시장은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사고가 난 쪽은 A동이고, 피해를 입지 않은 B동은 정상적인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고가 나기 전 손님이 주로 몰리는 곳은 A동이었고, B동은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찾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A동은 언제 영업이 재개된다는 기약도 없이 폐쇄되고 B동만이 남게 되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손님들은 B동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대체로 같은 업종의 가게가 몰려 있다 보면 잘 되는 집과 안 되는 집이 갈리게 마련이다. 내 가게에는 적막강산이고 옆집에만 손님이 북적일 때, 안 되는 가게 주..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는 곳이 서로 달라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두 사람은 누구보다 신뢰가 깊다. 학창 시절 그는 운동선수였다. 육상 선수로 활동하면서 지역에서는 그런대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자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 얼마간의 직장 생활을 거친 후 자기 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직원 40여 명의 제법 규모가 있는 사업체를 경영하면서 자식농사도 잘 지어 모두 출가를 시켰고, 나처럼 내외끼리만 살고 있다. 그는 내가 늘 부럽다고 말한다. 친구 사이인데도 '존경스럽다'는 표현까지 한다. 심지어 자식들에게까지 나에 관한 얘기를 종종 한다고 한다. 같은 친구끼리 너무 과한 칭찬은 예의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본인의 생각이 그러..
글을 쓰다 보니 매일 쓰게 되고, 오늘은 뭘 쓸까 싶다가도 생각지도 못한 글감이 어디선가 불쑥불쑥 나타나 또 쓰게 된다. 그런 일상이 끊이지 않고 날마다 이어진다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하다. 내가 하는 일은 단순 작업의 반복이다. 근무 시간도 길지 않아 나머지 시간은 오롯이 나만의 자유를 위해 활용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마치 신이 나의 적성을 미리 간파해 나를 위한 맞춤식 일터를 제공해 준 것만 같아 출근할 때마다 감사하다. 나의 행복을 누군가에게 의탁하기보다 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이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단순히 소일거리로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내가 추구하는 '1일 3등분 생활법'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근무하는 일터에서는 잦지는 않지..
정치가 국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해도,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또 우리대로 삶을 이어가야 한다. 유권자의 뜻을 받든 대의정치라고는 하지만, 선택된 일부 소수가 다수 국민의 뜻을 온전히 대변하지는 못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포장된 '그들만의 논리'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연말을 앞둔 어느 날 친구들의 송년회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 만나 지금껏 이어오는 모임이다. 애초 아홉 명으로 출발했지만, 그중 두 친구는 너무나도 이른 나이에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모두 객지 자취방에서 연탄가스 중독에 의한 사고였다. 남은 일곱 명의 친구 중 반은 서울과 수도권에, 나머지 반은 지방에 거주하고 있다. 개인 사업이나 여전히 현직에 있는 친구들이 반, 나처럼 자유인 신분이 또 다른 반이다. 모임이 있을 때면 결석..
다들 경기가 안 좋다고 말한다. 심지어 코로나 때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도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자. 장사나 사업하는 사람들치고 언제 경기 좋다고 한 적이 있었던가. 불황이라고 하는 시기에도 잘 되는 사람은 잘 되고, 호황이라고 하는데도 안 되는 사람은 여전히 안 되는 걸 보면 경기 탓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역량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경기 수원 인계동에 '유치회관'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맨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땐 경찰서 유치장이 연상될 정도로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는 해장국과 수육, 그리고 수육무침 단 세 가지. 24시간 문을 여는데 갈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히 주말이면 모처럼 느긋한 늦잠들을 즐길 것 같은데도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이어진다. 하지만 회전율이 높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