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진과 함께 떠나는 추억 여행 (29)
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입맛만큼 주관적인 느낌과 판단이 작용하는 것이 있을까? 먹방과 각종 SNS를 통한 음식 관련 정보들이 차고도 넘치는 시대. 방송을 보면 맛을 전하는 리포터들이 음식이 입에 채 들어가기도 전에, 혹은 씹기도 전에 맛있다며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호들갑을 떤다. 정말로 그렇게 맛있을까? 그들의 호들갑에 현혹되어 몇 곳을 다녀본 결과 믿지 못할 것이 방송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추구하는 맛은 주로 그 지방만의 토속음식이다. 정선의 콧등치기, 메밀전병, 강릉의 감자옹심이, 진주의 진주냉면 등 그 지방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을 좇는 식이다. 방송의 영향인지 웬만한 음식은 거의 전국화가 되다 보니 굳이 그곳에 가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는 환경들이 조성되긴 했지만 그래도 '원조'의 내공을 ..
난생처음 외국행 비행기를 타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이었다. 미국 중부에 위치한 콜로라도 주 덴버로 가는 길.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 때 아버지를 따라 처음으로 서울 가는 기차를 탔을 때처럼 얼마나 가슴이 설렜는지 모른다. 이후 비행기를 탈 일이 잦아졌다. 그렇게 설렜던 외국 여행이 언제부터인가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비행 시간이 10시간이 넘는 때면 더욱 그랬다. 닭장처럼 좁은 이코노미 좌석. 남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잘도 자건만 그 긴 시간 동안 도착지에 착륙하기까지 뜬눈으로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가기 전날 몸을 피곤하게도 만들어 보고 독한 술도 몇 잔 마셔봤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이었던 2019년, 베트남행 비행기를 탔다. 행선지는 ..
- 2013. 5. 11 어떤 나라를 생각하면 금세 떠오르는 상징물이 있다. 미국 하면 '자유의 여신상'이, 파리 하면 '에펠탑'이, 브라질 하면 거대한 '예수상'이 떠오른다. 뿐만 아니라, 각 나라별로 공항이나 도시에 역사적인 인물의 이름을 붙여 그들의 공적을 기리는 곳도 많다. JFK 공항, 인디라간디 국제공항, 호찌민 등등. 그렇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상징물은 무엇일까? 왜 우리 정부에서는 이를 발굴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 걸까? 그저 외국인을 오라고만 하면 오는 것일까? 왜 우리는 여태 한 번도 사랑받는 지도자가 없을까? 정말 없는 것인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는 것인가?
- 2022. 10. 9 2020년 들이닥친 코로나 사태는 인간의 모든 삶을 뿌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세상살이의 기본인 이웃 간 교류마저 끊어버리다시피 했다. 나의 할아버지 형제분은 6형제가 계셨다. 윗대 어른들은 오래 전 다 떠나셨지만 그 자손들이 매년 추석이면 한자리에 모여 조상님께 합동차례를 지내곤 했다. 이 역시 코로나가 한동안 길을 막고 말았다. 어느 정도 완화의 조짐을 보이자 3년 만의 만남이 재개되었다. 세상이 붐비고 길이 막히는 번잡함을 피해 10월 둘째주 일요일로 날짜를 옮기는 아이디어까지 가미했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그들이 마치 이 날을 학수고대라도 한 듯 무려 마흔 명이나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손, 오랜만에 들어보는 목소리. 이산가족 상..
평소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피사체를 발견하면 더없이 반갑다. 그것은 일부러 찾아나선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우연히, 정말로 길을 가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가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바로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 고향 인근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다음날 아침 산책길에 만난 풍경. 겨울이라 삭막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저축한다는 생각으로 몇 컷을 담아두었다. 제때 발품만 팔 수 있다면 계절별로 그림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