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산행 (32)
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오랜만에 관악산을 찾았다. 이렇게 고산高山을 오른 지가 몇 년 만인지 모른다. 한때는 사흘이 멀다 하고 전국의 산천을 누비던 내가 어느 날부터인가 높은 산에 대한 의지가 갑자기 꺾였다. 특별히 건강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딱히 이유도 없이 그냥 싫어졌다. 그래서 한동안은 산을 가봐야 동네 뒷산으로 가볍게 산책이나 다녀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랬던 내가 어느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관악산을 한 번 다녀와야겠다는 충동이 일었다. 관악산은 해발 632미터로 서울과 과천, 안양에 걸쳐 있는 산이다. 이름 그대로 나무보다는 바위가 많은 악산이다. 정상적인 발걸음이면 왕복 4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한 가지 특이한 건 하산길이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다는 점이다. 갈림길에서 조금만 방..
봉우리라고 할 만한 산을 언제 올랐는지 까마득하다. 산에 가더라도 그저 산책 수준으로만 그치고 있으니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왠일인지 산을 한 번 올라야겠다는 '하늘의 계시'가 들려왔다. 천상의 뜻이니 따를 수밖에. 이번에 간 곳은 집에서 지척인 수리산이다. 수리산修理山은 경기도 군포시와 안양시, 안산시에 걸쳐 있는 해발 489미터의 산으로 2009년에 경기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내가 가끔 선택하는 코스는 성결대학교 뒷길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재미가 덜하지만, 이쪽은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라 종종 이용한다. 정상인 태을봉(489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관모봉(426.2m)이다. 봉우리의 모양이 갓처럼 생겼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
오랜만에 관악산에 다녀왔다. 한때는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전국의 산하를 내 집 드나들듯 누비기도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산에 가고 싶다는 의욕이 확 꺾여 버렸다. 특별히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는 산에 가는 일이 가물에 콩 나듯 한 일이 되었지만, 그조차도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그때는 앞만 보고 달리며 속도만을 우선시했다면, 지금은 천천히 주위도 한번씩 돌아보며 자연을 즐기게 되었다고 할까. 잘 뚫린 고속도로로만 가면 빠르기는 하겠지만, 일찍 도착한다고 해서 달리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듯이, 조금은 느릴지라도 구불구불한 국도를 달리면서 경치도 감상해 가며, 빈터가 있으면 가던 길 잠시 멈추어 간식을 먹거나 커피도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
한라산에 처음 오른 건 12년 전이었다. 아들의 입대를 앞두고 부자 간 마땅한 추억 만들기 거리가 뭐 없을까를 고민하던 중 착안한 것이었다. 4박 5일 일정으로 떠난 여행에서, 3일은 자전거로 제주도 해안 도로 일주를, 나머지 하루는 한라산 등반을 계획했었는데 모두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요즘, 아들은 '그때 아빠와 함께했던 제주도 여행이 참 좋았다'고 종종 얘기하곤 한다. 내 생애 언제 또 기회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힘이 남아 있을 때 한라산을 한 번 더 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갈 동행을 섭외해 봤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결국 혼자서 떠나기로 했다. 이른 새벽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내려 한라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성판악 휴게소에 도착한 시각이 9시반. 그때부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