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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산행기 본문
한라산에 처음 오른 건 12년 전이었다.
아들의 입대를 앞두고 부자 간 마땅한 추억 만들기 거리가 뭐 없을까를 고민하던 중 착안한 것이었다.
4박 5일 일정으로 떠난 여행에서, 3일은 자전거로 제주도 해안 도로 일주를,
나머지 하루는 한라산 등반을 계획했었는데 모두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요즘, 아들은 '그때 아빠와 함께했던 제주도 여행이 참 좋았다'고 종종 얘기하곤 한다.
내 생애 언제 또 기회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힘이 남아 있을 때 한라산을 한 번 더 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갈 동행을 섭외해 봤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결국 혼자서 떠나기로 했다.
이른 새벽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내려 한라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성판악 휴게소에 도착한 시각이 9시반.
그때부터 시작한 산행은 4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백록담에 도착할 수 있었다.
12년 전에 비하면 너무나도 힘들었던 산행이었다.
숙소에 여장을 풀지도 않은 터라 옷가지며 카메라, 삼각대, 보조 신발,
비상용 행동식 등으로 채워진 배낭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그 때문이었을까.
3시간 남짓이면 오를 줄 알았던 정상은
가다 쉬다를 반복한 끝에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한라산 산행길은 여느 산에 비하면 그다지 양호하지 못하다.
바닥이 돌로 이루어져 걷기가 불편한 데다 중간 중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다.
속밭휴게소와 진달래밭휴게소 역시 폐점 상태인 데다
화장실에는 씻을 물조차 없다.
유일한 장점은 운해가 멋지게 드리운
정상 주변에서 내려다보는 제주도 전경을 들 수 있겠다.
어쩌면 그것 하나를 보기 위해 정상을 오르게 되는지도 모른다.
나이 때문인지, 무거운 배낭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태껏 경험한 산행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 중 하나였다.
언제 또 한라산을 오르겠느냐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아마도 ... 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