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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우리 모두는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홀로 남겨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 누구도 그 외로움을 함께해 줄 수는 없다. 그 순간을 위해 미리 사귀어 놓아야 하는 평생의 친구 이름이 바로 '취미'라고 한다.- 연준혁, 중에서 - 나이가 들면서 그동안 묻어 두고 살았던 취미나 끼를 하나둘씩 꺼내어 되살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내 주변에서도 그런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뒤늦게 시작한 그림 작업으로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경우, 지역 합창단에 들어가 숨어 있던 끼를 뽐내는 경우, 내성적이기만 할 것 같던 사람이 뒤늦게 춤에 재미를 붙여 삶의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경우, 언제 어디서 소리 소문도 없이 비밀 수련을 했는지 웬만..
직장인이면 누구나 한두 번쯤 꾸는 꿈이 있다. '지긋지긋한' 직장 생활 청산하고 하루빨리 자신만의 사업체를 갖고 싶은 소망이 그것이다. 그러면 싫은 사람 얼굴 보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받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겠느냐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꿈을 실천에 옮긴 이들 중에도 보란 듯이 성공한 사람이 있는 반면(이런 경우는 극소수), 큰돈은 벌지 못하고 그저 밥을 먹고 사는 정도에 그치기도, 또 어떤 이는 오히려 직장 생활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개인의 자유 선언 목표가 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우선은 경제적인 독립이 가장 큰 목표일 것이다. 자유란 어느 정도 경제 문제가 해결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
언젠가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였다. 예식장 안내판에 걸린 신부의 혼주 이름에 두 사람이 아닌 한 명의 이름만 적혀 있었다. 사별을 했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신부가 어릴 때 부모가 이혼을 했다고 한다.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지 이혼 후 당사자는 물론 자식들과도 완전히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이혼을 하더라도 자녀 결혼식에는 더러 참석하기도 하는데, 아예 등을 돌린 모양이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3.5퍼센트로 100쌍이 결혼을 하면 그중 3~4쌍 정도가 이혼을 한다는 얘기다. 남녀의 사랑은 시대를 막론한 인류의 영원한 관심사다. 만약 누가 그것을 예술의 소재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규제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예술가는 밥을 굶어야 할지도 모른다. 문학이나 음악은 물론..
옛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이번에 찾은 장소는 종로 3가로 서울 토박이 후배가 안내를 맡았다. 예전에 열심히 다녔는지 나에 비하면 서울 지리를 꽤 속속들이 잘 아는 편이다. 어느 지역이든 스스로 부지런히 발품을 팔지 않으면 그냥 살 뿐 이방인이나 다름없을 때가 많다. 흔히 종로 하면 그저 뭉뚱그려 종로인 줄만 알지 구체적으로 어떤 동네가 있는지까지 꿰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종로 3가에 관한 지식으로는 귀금속 상가, 탑골공원이 있는 곳, 또는 창덕궁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라는 정도가 전부였다. 대개 대로만을 통해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고,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뒷골목까지 탐색할 일은 거의 없었다. 종로구 익선동. 동네 이름이야 익히 들어봤지만, 위치상으로 거기가 정확히..
삶은 무수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을 쓰거나 말하지 않으면 모두 사라진다. - 박경희, 중에서 - 이따금씩 빵을 끼니 대용으로 먹을 때가 있다. 아주 어쩌다 있는 일이다. 그런데 빵은 아무리 먹어도 먹은 것 같지가 않다. 밥을 먹으면 포만감이나 든든함 같은 게 있는데 반해, 빵은 헛배만 부를 뿐 간식 이상의 느낌이 없다. 왜 그럴까? 나대로의 분석에 따르면 오랫동안 길들여진 우리의 식습관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해외여행을 가서 며칠만 지나면 곧 우리네 밥과 김치가 생각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와 달리 어릴 때부터 빵을 주식으로 먹어온 서양인들은 우리가 밥을 먹으면 안정감을 찾듯, 그들 역시 빵을 먹어야 비로소 먹은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