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사장이 되면 마냥 좋기만 할까? 본문
직장인이면 누구나 한두 번쯤 꾸는 꿈이 있다. '지긋지긋한' 직장 생활 청산하고 하루빨리 자신만의 사업체를 갖고 싶은 소망이 그것이다. 그러면 싫은 사람 얼굴 보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받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겠느냐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꿈을 실천에 옮긴 이들 중에도 보란 듯이 성공한 사람이 있는 반면(이런 경우는 극소수), 큰돈은 벌지 못하고 그저 밥을 먹고 사는 정도에 그치기도, 또 어떤 이는 오히려 직장 생활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개인의 자유 선언 목표가 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우선은 경제적인 독립이 가장 큰 목표일 것이다. 자유란 어느 정도 경제 문제가 해결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방송에 택시회사를 경영 중인 한 남자가 나왔다. 선대부터 시작해 자신이 2대째라고 한다. 규모가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택시가 68대라고 했다. 그만하면 '부자'라고 하니 그가 하는 말.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매일 적자 메꾸느라 정신이 없다고. 보유 중인 택시가 다 나가 돈을 벌어와야 하는데, 그중 절반이 차고에서 놀고 있다고. 기사 구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방에서 버스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내 친구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취업난이 심하다지만, 당장 굶을지언정 힘든 일은 안 하려는 풍조가 우리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다고 한다.
남이 볼 때는 사장이 되면 마냥 좋기만 할 것 같지만, 그들의 속내를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책임지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이다. 직원들은 워라밸을 누릴지언정, 사장은 주말이 따로 없고 오로지 월급날만 존재한다는 얘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인 월급날은 왜 그리도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고. 나와 종종 만나는 또 다른 사장은 어디에서도 말 못 할 사장으로서의 고충을 내 앞에서 가감 없이 털어놓기도 한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어느 사장이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 중에 지은이가 직접 쓴 시가 등장하는데, 동시대 사장들의 심경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잘 표현해 놓았다. 제목은 '사장이 돼서야 알게 된 사장에 대한 오해'. 그 역시 오랜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게 된 경우이다.. 내용이 길어 그중 일부만 발췌하여 소개해 본다.
사장이 되면 돈을 아주 많이 벌 줄 알았네.
배부른 자본가는 되지 않으려
직원들에게 넉넉하게 월급을 주고
동종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면서도
때 되면 집도 넓히고
때 되면 차도 바꾸는
화려하지는 않아도 절박하진 않은 삶
사치스럽진 않아도 쪼들리진 않는 삶
그것이 사장의 삶인 줄 알았네.
그것이 아니었음을, 사장이 돼서야 나는 알았네.
열심히 벌어서 직원들 월급 주고
열심히 벌어서 세금 내고 관리비 내고
열심히 벌어서 이자 내면
사장은 자기 월급도 제대로 못 가져가고
언제나 마이너스 대출 서비스
이러다 내가 갑자기 쓰러지면
이 빚을 대체 어찌 하나
그 생각 잊으려 쓴 소주를 들이붓는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은
매달 꼬박꼬박 월급 받는 직원이었다는 것을.
- 윤용인, <사장의 본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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