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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무얼 먹고 살까?

자유인。 2024. 11. 23. 04:31

 

 

삶은 무수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을 쓰거나 말하지 않으면 모두 사라진다.

- 박경희, <손주는 아무나 보나> 중에서 -

 

 

이따금씩 빵을 끼니 대용으로 먹을 때가 있다. 아주 어쩌다 있는 일이다. 그런데 빵은 아무리 먹어도 먹은 것 같지가 않다. 밥을 먹으면 포만감이나 든든함 같은 게 있는데 반해, 빵은 헛배만 부를 뿐 간식 이상의 느낌이 없다. 왜 그럴까?

 

나대로의 분석에 따르면 오랫동안 길들여진 우리의 식습관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해외여행을 가서 며칠만 지나면 곧 우리네 밥과 김치가 생각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와 달리 어릴 때부터 빵을 주식으로 먹어온 서양인들은 우리가 밥을 먹으면 안정감을 찾듯, 그들 역시 빵을 먹어야 비로소 먹은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밥에 길들여진 한국인이 성인이 되어 빵으로, 혹은 태어날 때부터 빵에 길들여진 서양인이 뒤늦게 밥을 주식으로 삼는 일이 가능할까? 한국에 살다 도중에 외국으로 이민을 간 경우도 있고, 외국에 살다가 한국으로 이주해서 살게 된 경우도 있다. 게다가 요즘엔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서로 국적이 다른 남녀가 가정을 이룬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럴 때 그들이 주식으로 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태어날 때부터 먹은 음식일까, 아니면 새로이 터전을 잡고 살게 된 현지 음식일까?

 

오래전 미국 필라델피아에 사는 친구네 집을 들른 적이 있었다. 이민을 간 지 30년 정도가 되는 시점이었다. 초대를 받아 갔더니 한국에서 먹던 상차림 그대로였다. 미국에 왔는데 미국식으로 먹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입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걸 보면 나라를 옮겨서 산다고 해서 음식까지 그 나라 것을 먹는 건 아닌 것 같기는 하다.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2023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 주민 수는 약 246만 명을 기록했다고 한다(2023년 11월 1일 현재). 이는 동기 기준 대구시 전체 인구(약 237만 명)보다 많은 숫자다. 1년 전 통계니까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그보다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다. 문득 궁금하다. 그렇게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들은, 혹은 외국으로 이민 가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평소 주식으로 무얼 먹고 살아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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