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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건 사진을 가까이하면서부터였다.그전까지는 어디를 가도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였는데, 사진을 알게 되면서 주변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눈여겨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 습관은 블로그 글쓰기를 하면서 더욱 깊이 뿌리를 내렸다. 무릇 자연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의 변화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느낌은 한층 배가된다. 사계절 중 내가 꼽는 최고의 풍경은 단연 가을이다. 봄이 청춘이라면 가을은 완숙의 계절이다. 미당의 시('국화 옆에서')에 나오는 것처럼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 내 누님 같은' 계절이 곧 가을인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어야만 만날 수..
아무리 여행을 자주 다닌다 해도 바로 옆집이나 살고 있는 동네가 아닌 이상 같은 곳을 평생 몇 번이나 찾을 수 있을까? 아마 한 손을 다 꼽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해외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은 국내 여행은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지 갈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젊을 때 외국을 더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알고 보면 국내 여행이나 해외 여행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여행은 곧 걷는 것이고, 걷는다는 건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보니 국내나 해외나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퇴직 전 업무적으로, 혹은 개인 자격으로 여러 나라를 다녔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내 기준으로만 보면 적지 않은 국가를 돌아보았다. 해외를 한 번도..
안면도 여행에 이어 2주 연속으로 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 동안 국내 여행을 열심히 다닌다고 다녔지만, 아직도 간 곳보다는 못 가 본 곳이 훨씬 더 많다. 경북 포항도 그 중 한 곳이다. 이상하게 포항과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인연이 없었다. 친구들과 수십 년째 이어오고 있는 부부 동반 여행지가 마침 포항이어서 오랜 숙원을 풀 수 있었다. 포항은 철강의 도시이자 죽도시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새해 첫날이면 전국에서 인파가 몰리는 호미곶 해맞이광장도 유명하다. 지금껏 말로만 듣던 구룡포, 영일대, 일본인가옥거리,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등을 둘러보며 궁금했던 포항이란 도시를 대략적이나마 살필 수 있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하느냐이다. 배려심 많은 ..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관해서는 소홀한 편이다. 돌아보면 가까이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도 무조건 멀리로만 향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 주변 환경에 관한 정보는 외지인들보다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랜만에 고향 땅에서 하룻밤 묵을 기회가 있었다. 숙소도, 일정도, 함께한 일행도 모두 좋았던 시간 ... 난데없이 들이닥친 극심한 미세먼지만 아니었더라면 그보다 더 환상적일 순 없는 환경이었을 텐데...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몰랐던 고향의 속살을 새로이 들여다보게 된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했다. 내년 여름... 은은한 보랏빛 향기가 우리를 유혹할 때쯤 빛 좋은 날 택해 다시 한 번 제대로 찾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