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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나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동네에서는 걷기 아니면 자전거가 주요 이동 수단이다. 평소 운동을 위한 운동보다는 생활 전반을 운동화化하게 되면 따로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나대로의 생각을 실천에 옮겨보자는 것이 하나요, 차를 타면 순간적으로 못 보고 지나칠 세상의 풍경들을 천천히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관찰 활동은 동네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자주 접하면 식상할뿐더러 더 이상 아름답다는 느낌을 갖기 어렵다. 이따금씩 하게 되는 기차 여행도 그중 하나다. 대개 집에서 멀지 않은 한두 시간 거리의 여행지를 택하곤 한다. 차편은 가장 느린 무궁화호. 급한 사무가 있는 이들은 더 빠른 고속 열차를 이용해야겠지만, 여행은 분초를 다투기보다는 ..
고등학교 때 만나 지금껏 이어지는 친구들 모임이 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어 마음처럼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본래 10월쯤 부부 동반으로 만나기로 되어 있는데, 같은 시기에 친구네 혼사가 예정되어 있어 그것으로 갈음하고 이번에는 건너뛰기로 했다. 그러자니 서운하다며 부인들은 빼고 친구들끼리만 번개 모임을 갖자고 했다. 그렇게 모인 곳이 충주 수안보. 구성원 중 한 명이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나는 어디를 가면 목적지로만 곧바로 향하지 않는다. 이왕 시간 투자하고 돈 쓰는 것. 오가는 편에 무언가 색다른 장소나 풍경이 없을까 싶어 열심히 탐색을 하곤 한다. 꼭 여행만을 위한 여행보다는 인생 전반을 여행화化하다 보면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곧 여행과 다름없다는 것이 나의 오랜 ..
학교 역사 시간에 삼한시대 저수지에 관해 공부한 적이 있었다.아주 오래전 기억임에도 그때 배운 건 세월이 흘러서도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4대 저수지가 있었다고 했다.바로 김제의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 상주의 공검지, 그리고 제천의 의림지가 그것이었다.그중 지금까지 그 형태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건 의림지가 유일하다. 제천은 여러 번 가봤지만, 지금껏 시내 쪽을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의림지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제천 시내를 통과해야 한다.그 과정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 하나 - 제천의 규모가 꽤 크다는 점이었다.여느 군소 지방 도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비가 내리는 날이어서 그런지 한편의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저 멀리로 보이는 운무가 운치를 한껏 더해 주었다. 무엇보다 의림지 제방..
혹자는 말한다. 우리나라는 좁아서 다녀봐야 뭐 볼 게 있느냐고.그러면서 모름지기 여행을 가려면 비행기를 타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다리 힘이 있을 때 부지런히 외국으로 나가고, 국내는 나이가 들면그때 가도 늦지 않은 거라고.그들 말대로 밖으로 나가면 무언가 대단한 볼 거리가 있고, 국내는 다녀본들 그럴까. 그들 말처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외국으로 먼저 나가고, 나이가 들면 국내는 그때 가도 늦지 않은 걸까. 각자의 생각일 뿐이다. 국내든 외국이든 다리에 힘이 떨어지면 못 가는 건 마찬가지다. 평소 국내를 열심히 다니는 사람이 외국도 열심히 드나든다는 걸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 되었다. 여행은 곧 습관이자 부단한 훈련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국내는 무시하고, 오로지 외국 나들이에만 가치를 부여한다면, 그 사..
사흘 연속 장거리 일정이 이어졌다. 지방에서 장인의 막재(49재 행사의 마지막 의식)에 참석한 뒤 충남 부여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3월 9일에 떠나셨으니 지난 금요일은 고인이 가신 지 꼭 49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당신은 아실까. 많은 이들이 지금도 여전히 떠난 그대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하루만 차이가 벌어졌어도 모든 계획이 어긋날 뻔했다. 막재 바로 다음 날 부여에서 친구들과의 부부 동반 모임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약속된 단체 일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