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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여름을 앞두고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던 날이었다. 그동안 사용하던 제품이 산 지 오래도 됐거니와, 아이들 가족이 오면 별도의 에어컨이 필요할 것 같아 거실과 방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투인원 형태로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설치를 위해 방문한 기사의 얼굴이 왠지 낯익었다. 나의 지인 중에 비슷한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직업은 에어컨과는 전혀 무관한 쪽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 넘겼다. 기사가 떠나고 나서도 내내 그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얼굴이며, 목소리며 내가 아는 그 사람과 닮아도 어쩌면 저렇게 많이 닮았을까.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다. 설치한 에어컨에 문제가 있어 다시 그 기사를 불렀다. 점검 작업에 열중하던 그가 작업을 하다 말고 대뜸 나를 보며 말했다. "저..
2026년 하반기 이 돌아왔다. 해마다 봄가을에 걸쳐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행사로, 전국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국민들의 여행 활성화를 위해 기차나 숙박 등에 파격적인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나는 그중 기차를 이용한 여행을 종종 활용하고 있다. 올 가을 행사는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충남 홍성이다. 예산과 이웃한 도시로, 그동안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이따금씩 지나치기만 했지 한 번도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다.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남당항이 바로 홍성에 속하는 항구다. 매주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운행되는 서해금빛열차. 무궁화호 객차를 개조하여 만든 관광전용열차이다. 일반열차에 비해 정차역이 많지 않아 시간이 단축된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현직 시절 동료 중 한 명은 자기 생각이 분명치 않았다. 이 사람이 얘기하면 이쪽으로 쏠렸다가, 저 사람이 얘기하면 어느새 또 저쪽으로 쏠렸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상사가 누군가를 싫어하면 그도 싫어했고, 상사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도 따라서 좋아했다. 영화 를(을) 보고 왔다. 영화관을 찾는 게 연중행사에 가까운 내가 일부러 시간을 낸 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무릇 어떤 대상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서는 본인만의 일관된 논리가 필요하다. 그에 합당한 이유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이 그러니 나도 그렇다'라는 건 몸은 내 몸인데 남의 머리로 인생을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언제든 주변 분위기에 쉬이 휩쓸릴 수 ..
음식에 제철 음식이 있듯, 풍경에도 제철 풍경이 있게 마련이다. 눈 내린 겨울 풍경을 꽃 피는 봄에 올리거나, 철지난 여름 풍경을 낙엽 진 늦가을에 올리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것을 때맞춰 즐기려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바로 가까이 살지 않는 한 매일처럼 길을 나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저 느낌에 의존하는 수밖에. 그렇게 찾은 10월의 들녘. 나의 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을걷이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나마 너무 늦지 않아 다행이다. 이틀 전(10/10, 토) 풍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