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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방송에 한 가수가 출연했다. 데뷔 60주년을 훌쩍 넘긴 그는 올해 만으로 여든 하나다. 예전 같으면 무대에 선다는 자체를 상상하기 힘들었을 나이임에도, 그는 여전히 정상급 가수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체 건강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척도가 몸의 움직임과 목소리라면, 그는 많아야 일흔쯤으로 여길 만큼 건강미가 넘친다. 적지 않은 동년배 가수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병상에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른바 인간 수명 백 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실제로 그 나이까지 사는 이들이 얼마나 될는지는 미지수지만, 평균 수명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상징적인 의미 정도로 이해하고 싶다. 도시 생활을 하다 고향에 내려가 보면 오십 대임에도 노인처럼 보이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40년 전 이야기다. 요즘 그 ..
여름을 앞두고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던 날이었다. 그동안 사용하던 제품이 산 지 오래도 됐거니와, 아이들 가족이 오면 별도의 에어컨이 필요할 것 같아 거실과 방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투인원 형태로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설치를 위해 방문한 기사의 얼굴이 왠지 낯익었다. 나의 지인 중에 비슷한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직업은 에어컨과는 전혀 무관한 쪽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 넘겼다. 기사가 떠나고 나서도 내내 그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얼굴이며, 목소리며 내가 아는 그 사람과 닮아도 어쩌면 저렇게 많이 닮았을까.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다. 설치한 에어컨에 문제가 있어 다시 그 기사를 불렀다. 점검 작업에 열중하던 그가 작업을 하다 말고 대뜸 나를 보며 말했다. "저..
2026년 하반기 이 돌아왔다. 해마다 봄가을에 걸쳐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행사로, 전국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국민들의 여행 활성화를 위해 기차나 숙박 등에 파격적인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나는 그중 기차를 이용한 여행을 종종 활용하고 있다. 올 가을 행사는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충남 홍성이다. 예산과 이웃한 도시로, 그동안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이따금씩 지나치기만 했지 한 번도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다.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남당항이 바로 홍성에 속하는 항구다. 매주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운행되는 서해금빛열차. 무궁화호 객차를 개조하여 만든 관광전용열차이다. 일반열차에 비해 정차역이 많지 않아 시간이 단축된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현직 시절 동료 중 한 명은 자기 생각이 분명치 않았다. 이 사람이 얘기하면 이쪽으로 쏠렸다가, 저 사람이 얘기하면 어느새 또 저쪽으로 쏠렸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상사가 누군가를 싫어하면 그도 싫어했고, 상사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도 따라서 좋아했다. 영화 를(을) 보고 왔다. 영화관을 찾는 게 연중행사에 가까운 내가 일부러 시간을 낸 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무릇 어떤 대상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서는 본인만의 일관된 논리가 필요하다. 그에 합당한 이유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이 그러니 나도 그렇다'라는 건 몸은 내 몸인데 남의 머리로 인생을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언제든 주변 분위기에 쉬이 휩쓸릴 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