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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해마다 10월이면 고향 선산에서 집안 합동성묘 행사가 열린다. 모두 6형제였던 조부 세대의 후손들이 함께하는 자리다. 당신들의 2세인 부모님 세대도 다 떠나시고, 나의 세대인 3대가 중심이 되어, 4대, 5대까지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50여 명의 인원이 참석한다. 사촌도 남이나 다름없는, 나와 내 가족만이 전부가 되다시피 한 시대에 어느덧 30여 년째 이어지고 있는 흔치 않은 행사다. 주된 명분은 조상님을 찾아뵙는 거지만, 나로서는 짙어가는 가을을 현장에서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소중한 여행의 시간이기도 하다. 부모님 계실 때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던 일이었다. 바쁜 농사일에 고향 방문은 곧 '일손 돕기'의 동의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삶도 지나고 나면 다 그..
살면서 잘한 것 중 하나가 담배를 배우지 않은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친구들과 호기심에 한두 번 시도해 본 적은 있지만, 나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에 지금껏 입에 대질 않았다.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던 아들에게도 담배는 한 번 시작하면 끊기가 어려우니 처음부터 아예 멀리하는 게 좋다고 했더니 다행히 아비의 뜻을 따라 주었다. 예전에 어른들은 갓난아기가 있는 방안에서도 개의치 않고 담배를 피웠다. 대학 시절 일부 교수는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담배를 피웠다. 학교 졸업 후 입사한 직장의 상사는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손에 담배를 달고 살았다. 택시나 버스, 기차 역시 '흡연자들의 천국'이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흡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개인의 기호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까지 ..
전에 없던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들렀다. 독감 예방주사 기간이어서인지 대기실은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로 붐볐다. 가장 가기 싫은 곳 중 하나이지만,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곳이 또 병원이다. 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혹시나 생각지도 않은 '경고장'이 날아들지는 않을까,라는 염려에서다. 의사는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하루 종일 의자에 앉은 채 환자를 맞이해야 한다. 한창 바쁠 때는 화장실 갈 시간이나 있을까도 싶다. 의사는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직업이다. 그들의 건강이야말로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이다. 건강하지 않은 의사에게 어느 환자가 자신의 건강을 믿고 맡기겠는가.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건 허리에 적지 않은 무리를 준다. 틈틈이 몸을 풀어주지 않으면 이내 경고등이 켜진다. 건강 문제에 관한..
치과 검진을 마친 후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렀다. 휴게 시간을 앞둔 시점이라 실내에는 나를 제외한 두 팀이 더 있었다. 한창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팬이에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였다. 모자를 쓰고 있어 몰랐는데, 이내 그녀임을 알 수 있었다. '국민가요'라고 할 만한 여러 곡을 빅히트 시킨 정상급 가수였다. 나와 같은 도시에 산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잦지는 않지만 이따금씩 연예인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는 작고 아담하다는 것이다. 그녀 역시 그랬다. 이럴 때면 마음속으로는 호기심이 발동하지만, 내색을 하기보다는 '그런가 보다' 하고 만다. 무대도 아닌 사생활에 낯선 타인이 불쑥 다가서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