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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2024년 12월 30일. 올해도 이틀을 남겨 놓고 있다. 여전히 계속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방향성을 잃고 요동치는 국내 정국에 대형 비행기 참사까지 더해져 어디로 향할지 종잡을 수 없는 대한민국의 불안정한 현실.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걱정을 넘어 심히 불안하기까지 하다. 내년이면 블로거로서 살아온 지 꼭 20년째를 맞이한다. 글쓰기와 사진에 재미를 느껴 시작하긴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헤매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었다. 하지만 그런 숱한 시행착오의 과정이 밑거름이 되어 지금의 형태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어느덧 블로그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 차원을 넘어 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이른 새벽 잠자리에서 일어나 자판을 두드리는 그 ..
다니다 보니 충남 예산은 부쩍 자주 찾는 여행지가 되었다. 가까운 데다, 부담 없이 바람 쐬러 다녀오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그곳에 관한 한 토박이만큼은 아니지만, 어설픈 선무당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시간이 한가로운 어느 날 오후 점심을 먹고 장항선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이날 계획은 다른 곳 다 제쳐두고 시내 한 바퀴를 걸어서 돌아보는 것이었다. 다음 날 출근을 감안해 동네 마실 가는 기분으로 가볍게 떠난 여행이라 여유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차 여행은 굳이 어디를 구경하지 않더라도 오가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여행의 기분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여느 시골역과 달리 예산역은 개성이 돋보인다. 단순한 듯하면서도 나름대로 예술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 농사를 마친 과..
자주 만나는데도 무덤덤하거나 불편한 사람이 있고, 자주 볼 기회는 없지만 생각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이 있다. 약속된 만남이 아닌 우연한 자리에서 우연한 기회로 이따금씩 만나게 되는 후배가 있다.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이 처음 얼굴을 마주한 건 어느 동문회 행사에서였다. 나로서는 그런 후배가 있구나, 하는 정도였고, 후배 역시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의 현재 직업은 병원 경영자, 나는 자유인의 신분이다. 사람들은 그를 만나면 다들 'O 이사장'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냥 그의 이름에 간단한 존칭만을 붙여 'OO 씨'라 부른다. 그도 나를 보면 그저 '형' 또는 '선배'라 부른다. 공식적인 자리나 꼭 직함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사적인 만남에서까지 무거운 존칭을 얹어 부르는 건..
나는 먹는 걸 중시하는 사람이다. 집착한다기보다 한 끼를 먹어도 신경을 써서 먹는다는 뜻이다. 흔히 뭘 먹을 때 '한 끼 때운다'는 표현을 종종 하는데 나로선 심히 거부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데 .. 때우다니 .. 이는 마치 내키지는 않지만 하기 싫은 숙제를 억지로 하는 것처럼 들린다. 먹는다는 행위에는 허기를 달래기 위한 본래의 목적 이외에도 다른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생각은 집밥보다는 외식을 할 경우에 주로 적용된다. 어차피 돈을 내고 먹는 거라면 이왕이면 좀 더 만족도 높은 음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에게 '한 끼 때운다'는 표현은 신성한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집 근처에 평소 오가다 눈여겨둔 파스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