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사진으로 돌아보는 2024년 (1) 본문
2024년 12월 30일. 올해도 이틀을 남겨 놓고 있다. 여전히 계속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방향성을 잃고 요동치는 국내 정국에 대형 비행기 참사까지 더해져 어디로 향할지 종잡을 수 없는 대한민국의 불안정한 현실.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걱정을 넘어 심히 불안하기까지 하다.
내년이면 블로거로서 살아온 지 꼭 20년째를 맞이한다. 글쓰기와 사진에 재미를 느껴 시작하긴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헤매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었다. 하지만 그런 숱한 시행착오의 과정이 밑거름이 되어 지금의 형태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어느덧 블로그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 차원을 넘어 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이른 새벽 잠자리에서 일어나 자판을 두드리는 그 시간은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참선의 시간이자 예불의 시간이자 기도의 시간이기도 하다.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데는 사진만큼 요긴한 것도 없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기도 많이 찍지만, 버리기도 많이 버린다. 그 많은 사진을 일일이 다 보관할 수도 없을뿐더러, 보존 가치가 있는 것들만 선별해서 남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나고 나면 그때 그 사진을 왜 버렸을까 땅을 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인간의 생각과 판단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달려온 지난 일 년을 사진을 통해 돌아보며 블로거로서의 한 해를 마감하려 한다.
지난 2월 이웃 부부와 함께 찾은 전북 익산의 아가페 정원. 1970년 故 서정수 신부가 노인복지시설인 아가페 정원을 설립하면서, 시설 내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조성한 수목 정원으로 메타세쿼이아가 장관이다.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3월 어느 날, 아내와 외출 준비를 하던 중 처가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이른 아침 노인학교 등교 준비를 하던 장인이 갑자기 쓰러지셨다는 것이다. 응급실로 향했지만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그 길로 떠나셨다. 향년 91세. 돌아가신 어머니와는 한마을에서 나고 자란 고향 친구 사이였다. 6년 전, 장모님의 팔순을 맞아 내외분이 오랜만에 우리 집을 방문하셨을 때였다. 불현듯 두 분의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쳐갔다. 저 고운 모습을 어쩌면 다시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때 집 거실에서 삼각대를 놓고 찍은 사진이 바로 당신의 저 영정이 되었다. 지나고 보니 맏사위로서 탁월한 판단이자 때맞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남 부여 성흥산에 가면 사랑나무가 있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곳이다. 마침 4월에 부여에서 부부 동반 모임이 있었는데, 그때 찍은 사진이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어딜 가든 카메라를 분신처럼 지니고 다니던 내가 그날은 어찌 된 일인지 현지에 도착해서야 카메라를 챙기지 않은 걸 뒤늦게 알았다. 통탄할 일이었지만, 먼 길을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 아쉬운 대로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다. 여기는 내년 봄쯤 기회를 봐서 다시 한번 가고 싶은 곳이다.
경기 성남 태평동. 본래 산이었던 이곳은 서울에 살던 이들이 재개발로 인해 강제로 쫓겨나다시피 나와 어렵게 터를 잡은 곳이다. 5월 어느 날, 방송에서 이 골목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와 저기를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찾았다. 나이 많은 이들이 눈이 많이 내리면 어찌 오르내릴까 싶을 만큼 가파르다.
6월 '여행 가는 달'을 맞아 남도해양열차를 타고 찾은 전주. 오래전부터 전국적인 핫 플레이스이지만, 개인적으로도 꽤 자주 찾은 곳이다.
지난 7월, 이웃 부부와 함께 찾은 충북 제천 비봉산 전망대. 이곳 역시 꽤 여러 번 들른 곳인데, 이런 멋진 운무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 들러본 전국의 전망대 중 경남 통영의 미륵산 전망대와 더불어 추천할 만한 곳이다.
< 2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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