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안방에서 감상하는 새해 일출 본문
'한정판 에어조던 신발을 신었다고 모두가 덩크슛을 할 수 없듯,
그림으로 치면 붓이나 물감 같은 카메라는 사진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사진은 카메라가 찍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카메라로 찍는 게 사진이다.'
- 조인원, '조인원의 사진 산책' 중에서 -
현직 시절이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내 생각을 얘기했었는데, 그걸 들은 상대방이 어느 공식 석상에서 내가 한 이야기를 마치 본인의 생각인 양 포장해서 둘러대는 걸 보고는 적이 실망했던 적이 있다. 당사자인 내가 객석에 버젓이 앉아 있었음에도 조금도 미안해하거나 거리낌이 없었다. 또 언젠가는 내 블로그에 올린 글을 나의 동의를 구하지도,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통째로 자신의 블로그에 옮겨놓은 걸 본 적도 있다. 누가 보고 안 보고를 떠나 양심의 문제였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나대로 견지하는 철칙이 있다. 남의 글이나 사진을 함부로 도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용의 흐름상 부득이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할 때에는 출처를 밝힌다든지, 출처를 알지 못하거나 불분명한 경우 따옴표로 묶어 나의 글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표시한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남의 사진을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당사자의 사전 동의를 구한다(내가 직접 찍은 사진만을 주로 사용하기에 그런 일이 거의 없기는 하다). 하나의 문장을 잉태하기까지 작가의 산고産苦가 어떠했을지,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기울였을 작가의 치열한 노력이 어떠했을지를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해안으로 신년 해맞이를 떠난 후배가 사진을 보내왔다. 다 같은 사진인 것 같아도 보자마자 단번에 눈에 띄는 사진이 있다. 사진 한 장을 통해서도 찍는 사람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게 마련인데, 그가 보낸 사진이 그랬다. 내 블로그에 활용 좀 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부족하지만 언제든지 사용해도 좋다'라고 했다. 남의 사진을 좀처럼 쓰지 않는 내가 이례적으로 사용 허락을 구한 건 그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남달라서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잘 찍기만 한 사진'보다는 '느낌이 있는 사진'을 좋아한다.
후배가 애써 발품을 들여 담아온 2025년 새해 첫날의 일출 풍경을 고마운 마음으로 공유해 본다(촬영 장소 : 강원 양양 물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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