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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음식점의 등급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미슐랭 가이드라는 것이 있다. 본래는 프랑스 타이어 제조 회사인 미쉐린(Michelin)에서 타이어 판매 촉진 목적으로 시작된 것인데, 1926년부터 식당 평가팀을 파견하여 등급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여기에서 하나라도 별점을 받으면 그 자체로 더없는 명예가 되고, 최고 등급인 별점 세 개를 받으면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따금씩 한 번씩 사 보는 주말판 신문에 국내에서 유일한 미슐랭 3스타 식당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3스타 레스토랑은 이전까지 국내에 모두 두 곳이 있었는데, 하나는 2년 전, 또 다른 하나는 작년에 문을 닫은 뒤, 올해 새롭게 한곳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국내 유일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

내가 지금의 일터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집에서 가깝다는 점이다. 편도 4킬로미터 정도니까 차를 가지고 가도 되고, 자전거로 가도 되고, 운동 삼아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다. 두 번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내 생체리듬과 너무나도 잘 부합한다는 점이다. 오전 몇 시간만 하면 되니까, 나머지 시간은 내 의지대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누가 어디서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종일 일하기는 싫다. 앞으로 남은 제2의 삶은 돈보다는 나만의 자유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내가 일을 하는 주된 목적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측면이 가장 크다. 마지막으로 일을 통해 덤으로 용돈까지 벌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남들이 뭐라 해도 나에게 있어서만은 지금의 ..

카페 문화의 등장과 더불어 한때 영화를 누렸던 다방 문화는 무대 뒤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일부 지방 소도시에 가면 더러 남아 있기는 해도, 대도시에서는 어쩌다 가물에 콩 나듯 한두 군데 발견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지금껏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대전에 내려가 보고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현실을 함부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대전역 근처를 둘러보던 중 신기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시대와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다방 간판이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어쩌다 한두 군데 있겠지 싶었는데, 고개를 돌릴 때마다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워낙 특이한 풍경이라 인근 골목을 좀 더 둘러보았는데 단순히 몇 군데 정도가 아니었다. 사진에 보이는 간판은 극히 ..

과거 미국에 얼마간 머물 때의 이야기다. 현지에서 만난 미국인이 그랬다. 미국에는 공식 언어가 없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한국에서 16년 동안 학교 교육을 받으면서 영어는 당연히 미국 말인 줄로만 알았지, 어느 누구에게서도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까맣게 잊고 있던 그의 말이 새삼스레 떠오른 건 최근 뉴스를 통해서였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영어를 미국의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 보도를 접하면서 어쩌면 다른 많은 한국인들이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미국은 주 단위에서는 30개 이상 주가 영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단 한 번도 영어를 ..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 중에 두루치기라는 것이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쇠고기나 돼지고기 또는 조갯살이나 오징어 따위에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 국물이 조금 있는 상태에서 볶듯이 만든 음식'이라고 나와 있다. 음식에 관한 한 문외한이지만, 그동안 내가 살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접한 두루치기는 대개 돼지고기와 김치 등을 섞어 만든 경우가 많아 두루치기 하면 으레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대전에 가면 특이하게도 수도권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두부두루치기를 파는 식당이 많다. 대청호를 다녀오는 길에 점심때가 되어 무얼 먹을까 고민하던 중 불현듯 그 음식이 떠올랐다. 언제 대전에 내려가면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벼르던 중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진 대전역 앞 B 음식점을 찾아갔더니 유명세 덕..